#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정 씨(50세)는 얼마 전에 약 1년간 파산절차를 밟고 채무를 모두 탕감 받았다. 그런데 최근 한 통의 문서를 법원으로부터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잘 알지 못하는 대부업체로부터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지급명령문을 받은 것. 파산 절차중 이 대부업체를  채권자로 신고하지 않아 누락됐다. 

회생 및 파산절차에서 채무자가 이를 신청할 때는 채무자의 채권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법원은 채권자 목록에 기재한 채권에 대해서만 채무를 감면하고 탕감하는 결정을 내린다.

▲ 개인회생 채권자목록에 채권자와 채권금액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채권자들도 자신의 채권이 이 목록에 기재되어 있어야 법원으로부터 회생과 파산절차 진행사항이 담긴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 우편물에는 절차상 채권자들의 이의권를 행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을 때도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 목록에 채권회사를 빠뜨리면, 채권자들은 이의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지만, 채권자는 법원이 채무자에 내린 채무 감면과 탕감 결정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장기 연체에 빠진 채무자들은 대체로 여러 채무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파산이나 회생과 같이 법적인 방법으로  빚 정리를 할 때 채권자(주로 금융회사)를 빠뜨리기도 한다. 법원 심사를 통해 어렵게 빚 탈출을 했지만, 누락된 채권으로 다시 고통스러운 채무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하면서 자신의 채권을 빠뜨리는 것은 채무자의 잘못만은 아니다. 한국 파산회생 변호사회 김준하 사무처장은 "오래된 채권을 금융회사가 유통하는 동안 채무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유통, 즉  채권을 매각하면 채권을 산 제2의 채권자는 독촉해도 채무를 받아내지 못하면, 다시 제 3의 채권자에게 이를 판다. 생소한 채권자로부터 독촉문서를 받게 되는 것이 이런 구조 때문이다. 

독촉을 피해 주소를 여러 차례 바꾸거나 타인의 주소에 주민등록을 하는 장기연체 채무자들의 처지를 고려하면, 채권의 매각 사실을 우편물을 통해 확인하지 못하는 일은 흔하다. 

다중채무자이거나 장기 연체자는 독촉관련 문건을 버리지 말고 모아두어야 한다. 

독촉 문건에는 채권의 매각 상황과 채권금액이 표시돼 있기 때문에 파산· 회생 신청시 채권자와 채권금액을 파악하는데 도움된다. 다만 독촉장에 표시된 채권자와 독촉 업무를 위임받은 신용정보회사는 구분해야 한다. 

로펌의 한 관계자는 "독촉장에 표시된 신용정보회사가 채권자인 줄 착각해 채권자목록에 신용정보회사를 채권자로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행복기금의 독촉장, 독촉장에 기재된 채권자와 신용정보회사를 구분해야 한다. 채권자는 국민행복기금이고 신용정보회사는 추심업무대행회사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채권자를 누락하지 않으려면, 신용조회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용 정보 조회 사이트를 통해 신용조회를 하면 연체자로 등록한 회사와 연체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신용정보 조회 사이트는 올 4월전까지는 대부업체 정보가 조회되지 않았지만, 신용회복위원회가 한국신용정보원과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후 대부업체 정보 조회가 가능해졌다. 

▲올 4월부터 대부업체의 채무내역까지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됐다. 자료=신용회복위원회

신용조회시스템은 대부업체 채무에 대해선  2015년 3월 30일이후 발생한 채무만 확인된다. 카드사가 신용카드 매출 채권을 양도한 경우 조회되지 않을 수 있다.   

앞에 소개한 사례자인 정 씨는 채권을 일부러 누락한 것인지, 과실로 신고하지 않은 것인지 따지는 소송을 별도로 해야한다. 로펌 관계자는 "만일 정씨가 일정 기간 상환해야 하는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채권 누락과 상관없이 회생 절차에 따라 상환하게 됐을 것"이라며 "그게 아니면,  채권을 다시 정리해서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