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저장장치(SSD)와 반도체, OLED가 지난 8월 사상 최대 수출액을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4% 증가한 471억2000만달러, 수입은 14.2% 증가한 401억달러에 달한 가운데 무역수지는 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SSD와 반도체, OLED 삼총사가 특히 위력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SSD는 고용량과 고사양 저장장치 수요 급증으로 5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출액을 기록했으며 반도체는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힘입어 87억6000만달러, OLED는 모바일 기기 중심의 수요 증가로 8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이 57.6%, 56.8%, 28.6%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는 향후 7년간 52조원(약458억달러)을 투자해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공급은 물론 미래기술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과 화성을 비롯해 충남 아산 등에 반도체와 OLED 투자를 목적으로 21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청주 반도체 공장에 15조5000억원, LG디스플레이는 15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SD와 반도체, OLED 시장의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각 국의 견제와 빠르게 좁혀지는 기술격차, 나아가 공급과 수요와 관련된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OLED는 LCD 시장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도 '신사업'의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보다 특히 변수가 많다는 말이 나온다.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삼성 라이벌이 없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세는 LCD다. 그러나 이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아이템은 중소형과 대형으로 나뉘어 제조사별로 다소 갈라져있다. 중소형의 경우 OLED라는 것에 이견은 없으나 대형은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을 덧댄 QLED TV, LG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OLED가 치열한 시장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OLED로 조금씩 기울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다.

중소형 OLED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OLED 점유율이 23.8%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나아가 2019년에는 41.9%, 2020년에는 49.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시장의 맹주다. 대부분 스마트폰 패널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95.2%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 OLED는 올해 1억2000만대 수준의 출하가 예상되며 2020년에는 3억70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플렉서블 OLED 시장 점유율도 삼성디스플레이는 98.3%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러한 압도적인 점유율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X에 탑재되는 OLED를 전량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중심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8일 이러한 현실을 전하며 "애플이 아이폰X에 있어 삼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애플의 표준에 맞춰 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애플 전문가 밍치궈 애널리스트도 "애플은 수백만개 수준의 OLED 패널을 필요로 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패널 수급 계약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폰X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블룸버그는 7일 "애플이 OLED 수급에 있어 삼성의 의존도를 벗어나려면 최소 2019년은 되어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은 1999년 삼성SDI가 중심이 되어 수동형 OLED를 개발한 후 2007년 현재의 능동형 OLED 상용화에 성공, 글로벌 시장 1위를 탈환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사업을 모두 물려받아 95%를 넘기는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당장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조금씩 감지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과 애플의 LG디스플레이 러브콜이다. 미국의 IT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는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 25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월 6만장의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E6 공장에 최소 17억5000만달러, 최대 26억2000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에 8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세부 협상내용이 비공개로 전환되어 있어 투자금액의 변동성은 크지만, 디스플레이 제조가 전형적인 하방사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선택의 주도권'을 가진 구글과 애플 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현재 제대로 된 물량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력하지만, 구글과 애플 등 '큰 손'들이 수급처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자신들의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정책에 OLED를 편입시키기 시작하면 삼성디스플레이도 일정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BOE 등 중국 업체들도 OLED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등 추격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내년 애플에 소량이라도 중소형 OLED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공급부족이 심해질수록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생산되는 중소형 OLED와 공급 차이가 약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속속 OLED 탑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등, OLED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부족이 일어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다는 뜻으로 여겨지지만 자칫 공급과 수요 사이클이 무너지며 수요업체들이 제2, 제3의 삼성디스플레이를 키우려는 행보에 힘을 더할 개연성도 있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는 압도적인 점유율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까지 16조원을 추가투자하는 한편 아산 A3 공장 생산량을 월 13만장 규모까지 비약적으로 늘리기 위한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A4 공장까지 완공되면 월 21만장이라는 꿈의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다. 앞으로 중소형 OLED 시장은 주도권을 빼앗기기 싫은 삼성디스플레이의 가속행보와 '하나의 공급처'로는 불안함을 느끼는 수요업체의 공세가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 틈을 노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일본 제조업체들의 반격도 있을 전망이다.

▲ 아이폰X에 탑재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출처=애플

대형 OLED 시장...더 복잡하다
중소형 OLED 시장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굳건한 독주체제가 완성되고 그 외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에 범접하기 어려워하는 업체들의 반격이 감지되는 수준이라면, 대형 OLED 시장은 말 그대로 불안성의 연속이다. 일단 대형 OLED 시장 자체가 상용화 단계에 머물렀다고 보기에 무리가 따른다. 4K UHD TV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LCD 기반의 TV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고 내년 OLED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이다. 그런 이유로 대형 OLED 시장의 맹주인 LG디스플레이도 일종의 과도기에 빠져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15일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매출액은 6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4559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영업이익은 43% 감소할 전망"이라며 "LCD 수요가 약화되며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4분기다. 유 연구원은 "4분기 LCD패널가격 하락으로 이익이 감소하겠지만 OLED TV패널 매출액 증가와 가동률 상승으로 이익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4분기를 기점으로 LCD 이익률이 더욱 내려가겠지만 OLED가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대형 OLED 바람은 내년 2분기가 터닝 포인트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기간에 65인치, 75인치 UHD(초고화질) LCD TV 소비자 가격이 999달러, 1699달러로 예상된다"면서 "연말 점보사이즈 LCD TV 판매 호조로 LCD TV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스럽게 내년 2분기부터 TV세트업체의 재고 축척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LCD 패널 업황이 반등한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소니 등 일본 제조사들의 OLED TV 대열 합류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소니가 OLED TV 런칭을 통해서 프리미엄 TV 최강자로 부활했다"면서 "분기 소니 TV사업부 영업이익률은 8.8%로 경쟁사를 압도했으며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업체이 OLED TV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어 OLED TV 대중화가 확산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OLED 동맹군을 포섭하는 한편 LG전자와의 협력으로 일종의 기초체력 다지기에도 들어갔다.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된 OLED 패널인 CSO 공급처를 일본 소니와 더불어 LG전자도 포함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으며 월페이퍼 TV 이상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지난 12일에는 중국 베이징 르네상스캐피털호텔에서 중국 TV 제조업체, 유통업체, 관련 전문가 등 200여명을 초청해 OLED 파트너스 데이를 열기도 했다. 2014년 스카이웍스, 창훙을 비롯해 2016년 파나소닉, 필립스, 베스텔 등을 모두 OLED 진영에 포함시킨 상태에서 올해에는 소니와 도시바까지 외연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포럼 참석자인 스카이워스의 CEO 류탕즈 총재는 “중국 TV 산업이 현재 포화상태에 처해있지만,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OLED TV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면서  “OLED TV가 브랜드 인지도 및 점유율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OLED TV용 패널을 양산하기 시작한 이후 LG전자를 시작으로 유럽, 일본, 중국 지역의 13개 주요 업체까지 고객군을 늘려왔다.

▲ OLED 파트너스 데이. 출처=LGD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OLED 진영 확장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7 OLED 서밋(OLED Summit)에서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대형 OLED의 미래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여 사장은 글로벌 OLED 시장을 이끄는 학계와 업계의 석학과 전문가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OLED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것”이라면서  “OLED가 미래를 위한 성장엔진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퀀텀닷 TV 판매량은 35만1000대 팔려 전 분기 대비 48.2%가 감소했으나 OLED TV는 28만2000대가 팔려 전 분기 대비 29.4% 증가했다. LCD 기반의 퀀텀닷을 OLED TV가 맹추격하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상반기까지 중국 광저우 공장을 완공시켜 대형 OLED 패널을 제조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변수도 많다. 먼저 LG디스플레이의 행보에 외적인 제동이 걸리는 부분.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8.5세대 OLED 투자와 관련해 정부가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특별 구성한 소그룹 심사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기술유출 등의 이유로 공장건설이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세워 LG디스플레이의 투자를 유도하는 가운데 사드(고고도비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악화된 한중관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미 착공에 들어간 상태며 현지에 공장을 건설한다고 반드시 기술유출이 있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행보에 큰 제동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 사태와 비슷한 악재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SKC의 중국 반도체 소재 공장 착공 지연 소식이 알려지며 이러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전사적인 시장진입은 감지되지 않지만 대형 OLED 파일럿 제품이 속속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7조8000억원 추가투자에 이은 OLED 올인 전략으로 LCD와 동시에 성장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원래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닥이 최초개발한 OLED에 시선을 돌리며 초창기 삼성과 협력해 박막트랜지스터(TFT) 특허기술과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이후 2009년 LG디스플레이는 코닥의 OLED 사업부 일부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 결과 대형 OLED 시장의 강자로 우뚝섰지만, 아직 완벽한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