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PetaPixel

구글이 20일(현지시간)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의 스마트폰 사업부를 11억달러(1조 2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이 제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추측들이 무성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 보도했다.

무성한 추측들의 핵심은 이것이다. '구글의 영향력과 HTC의 디자인이 애플과 삼성에 도전 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시장에는 애플과 삼성 외에 다른 스마트폰 회사가 없는 게 아니다. LG, 에센셜(Essential), 구글이 전에 인수했던 모토롤라까지 흥미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여럿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 대부분은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의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선수가 참가하는 것이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IT 전문 컨설팅 업체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도 "둘이 하나보다 낫다.  셋은 둘 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애플과 삼성은 모두, 화웨이 같은 회사의 저렴한 스마트폰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분석기관인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애플과 삼성이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고,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의 자료는 이 산업의 글로벌 이익의 94%를 이 두 회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회사들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세 번째 중요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마이크로 소프트(MS)도 노키아와 손잡고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었지만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지 못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도 아이폰과 삼성을 따라 잡으려는 것이었다.

HTC도 검정색(또는 은색)의 단조롭고 지루한 색상에서 벗어나 독특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의 제품을 내 놓으면서 의미 있는 세 번째 선수가 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의도한대로 되지 못했다. HTC는 삼성과 애플과 경쟁하기에 충분히 크지 않았고, 막 성장하고 있는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으로 이동해 그 부문 매출에 주력하면서 겨우 고가품 시장에 내민 광채마저 잃고 말았다.

구글은 하드웨어 시장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자체 폰(픽셀)이 잘나가고 있지만, 이것은 회사의 주 사업이 아니었고 안드로이드 마니아라는 제한된 시장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구글이 네스트(Nest) 인수해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한 것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 이었지만, 내부 드라마에 그쳤다. 크롬캐스트(Chromecast)나 구글 홈(Google Home)과 같은 최근의 성공 사례가 있지만 이것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구글의 HTC 인수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수천 명의 HTC 엔지니어를 구글의 하드웨어 총수인 릭 오스텔로의 휘하에 오게 함으로써, 제품에 집중하고 이를 신속하게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엔지니어 자원에 구글의 자금력과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의 핵심 요소를 결합해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통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픽셀 건으로 함께 일해 본 적이 있는 두 회사가  따로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함께 한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구글이 애플과 삼성의 아성을 깨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에디슨 인베스트먼트 리서치(Edison Investment Research)의 분석가 리처드 윈저는 21일(현지시각)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글의 하드웨어 인수는 원치 않는 고아를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구글과 어떤 사업적 공통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구글이 실수(모토로라 인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늦게 라도 하는 게 나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