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완성차 생산업체들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자동차 산업 자체 수출 생존력은 우수한 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한국수출상품의 생존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경쟁력은 세계 5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자동차 부품, 관련 기계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공정 효율성 등이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기업의 해외 수출에 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등으로 신뢰를 확보하고 공정 효율을 도모해 장기적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 주요 국가별 수출 생존율 순위(출처=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저자 윤우진 박사는 각 국가별로 핵심 산업을 나눠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출 생존율을 도출했다.

윤 박사는 한국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이 세계 5위로 분석했다. 한국 자동차 제품이 해외로 나가면 5년간 살아남을 확률은 46%로 나타났다. 10년 간 생존율은 38%였다. 1위인 독일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6%, 2위인 일본 자동차 수출 상품의 5년 생존율이 54%인 것에 비하면 다소 차이가 있는 수치지만, 한국 자동차 수출 실적은 ‘우수 그룹’에 속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국내 자동차 핵심 기업 실적을 보면 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의문을 품을 만한 여지가 생긴다. 현대자동차는 해마다 수출 실적이 떨어지며 영업이익률이 줄어들고 있다. 2011년 10.3%, 2012년 10%였던 영업이익률이 2014년에는 8.5%로 떨어지더니 2015년 6.9%, 2016년 5.5%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도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 요인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지난 달 중국 판매량은 총 7만 8000대다. 지난 해 8월의 중국 판매량이 12만4000대였던 것에 비하면 60% 수준으로 매출 규모가 줄어든 셈이다. 중국 공장들이 부품가격 지급 지연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것도 현대차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이들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130만대나 되는 핵심 기반이다. 앞으로도 자동차 수출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환경에서 수출 경쟁력이 ‘5위’라는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대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는 보고서라기보다 산업 범주 안에 포함된 모든 기업군을 한꺼번에 본 조사 결과”라고 평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자동차 판매 기업들은 신흥 시장 수출 실적 감소로 매출이 부진하지만, 부품 생산 기업이나 기계류 생산 기업들은 좋은 실적을 내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자동차 판매 기업들이 자기 회사 이외에 1차, 2차 벤더 등 플랫폼에 납품하는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하며 경영을 한다면 공정 효율성 확보로 장기적으로 이익창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박사는 “(연구보고서는) 최근 데이터가 아니라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 패턴을 보고 산출한 결과다. 따라서 이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그대로 현실에 대입해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윤 박사는 “자동차 판매 기업 외에도 부품 기업이나 산업 분류체계 안에 포함된 다양한 회사(네비게이션 생산 기업, 컨설팅 기업 등)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폭넓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 기업의 성적은 부진하지만 협력업체 등은 우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