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며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대목에서 KT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어 맵 코리아(Air Map Korea) 프로젝트를 20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총 100억원을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확보, 나아가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와 협력해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대의명분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따로 있다. 바로 ‘KT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특수성이다.

▲ 에어 맵 코리아 기자회견. 사진=이코노믹리뷰 DB

KT 미세먼지와의 전쟁..어떤 방법으로?

KT의 에어 맵 코리아는 자신들이 보유한 인프라와 사물인터넷 기술력,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저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에어 맵 코리아 프로젝트 이름 자체가 ‘깨끗한 대한민국의 공기지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KT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ICT 인프라를 ‘IoT 기반 공기질 측정기’ 설치장소로 활용해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 구축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 정책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KT의 자체 인프라 활용계획이다. KT는 현재 약 500만개소에 이르는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약 450만개의 통신주와 약 33만개의 기지국, 또 6만여개의 공중전화부스와 4000여곳의 통신국사를 가지고 있다.

KT가 보유한 ICT 인프라는 국민들의 생활현장 곳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측정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할수 있다. 정부가 기존 운용하고 있던 인프라와 연결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앞으로 KT는 연말까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500만개 ICT 인프라 가운데 가장 효과적으로 공기질을 측정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할 계획이다.

▲ 에어 맵 코리아 프로젝트 기기.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또,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는 정부에 우선 제공하고, 국가 측정망에서 수집한 공기질 데이터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데이터를 일반 국민들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KT는 ICT 인프라 활용, 개방형 플랫폼 구축과 함께 공기질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정부와 지자체의 살수청소차 운행, 천연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활용 중인 이끼 설치장소 선정, 미세먼지 확산 예측 알림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세먼지의 확산 예측 알림은 특정 지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데이터와 현재 바람의 방향과 속도 등의 기상정보를 연계해 미세먼지 이동경로를 예측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KT는 서울과 6대 광역시에 공기질 측정망을 구축하고,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는 내년 1분기에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주요 거점 1500개소에 공기질 측정기를 설치하고, 공기질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한다.

KT 플랫폼사업기획실장 김형욱 전무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기본부터 천천히 시작하자는 뜻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며 “KT는 사람을 위한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미세먼지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에어 맵 코리아 프로젝트 기기. 사진=이코노믹리뷰 DB

KT가 얻을 수 있는 것

KT는 이번 프로젝트로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지역 거점 인프라 강점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 나아가 정부와의 협력으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통신사인 KT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기가지니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초연결 시대를 맞아 통신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전장의 방어개념이라면, 사물인터넷은 초연결 시대의 기반 인프라이자 말 그대로 통신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KT가 전국에 보유한 생활밀착형 인프라는 큰 도움이 된다.

김 전무는 “전국에 있는 300만개 거점 인프라 중 1500개를 선정해 최적의 공기지도를 만들겠다”며 “KT가 가진 오프라인 거점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힘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에 오프라인 거점을 가진 KT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공공의 이익에 나선다는 점도 KT 입장에서 유리한 대목이다. KT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유독 ‘국민의 KT’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나서는 자신들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대통령 핵심공약으로 발표되는 점에 착안, 일종의 ‘선한 마케팅’을 연상하게 만든다.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 이슈로 대중의 통신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KT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와의 공조가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100억원에 불과한 자금으로 1년 내내 실시간 데이터를 끌어내고 이를 미세먼지 예측에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