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을 빼돌려 자택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재벌 총수가 경찰에 소환된 사례는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이후 10년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5월부터 2014년8월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공사비용 약 30억원을 그룹 계열사 대한항공의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에 해당한다. 일명 ‘특경법’이라고 하는 이 법은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또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관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에 손해를 끼친 경우 해당하는 범죄인데, 배임의 피해액이 5억원 이상 초과하면 형법이 아닌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조 회장이 받는 혐의는 형법이 아닌 특별법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경찰은 조 회장 저택 공사를 실시한 인테리어 업체의 세금 탈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회사 자금 일부가 자택공사비로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해, 지난 7월 대한항공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해왔다.

경찰은 조 회장이 회사 자금 유용을 알고 있었는지, 비정상적 자금 지출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회장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자금을 빼돌린 핵심 인물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A씨를 지난달 구속한 데 이어,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범행에 관여했다고 판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