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우주선의 추진 장치를 응용한 바늘 없는 주사기를 개발했다.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여재익 교수팀이 개발한 바늘 없는 주사기.출처=서울대 공대

서울대 공대는 최근 기계항공공학부 여재익 교수팀(장헌재, 함휘찬 연구원)이 바늘 없는 주사 장치를 통해 통증 없이 소량의 약물을 빠른 시간 반복 주입하는 동물실험을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우주추진원리를 적용해 소량의 고밀도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팽창시켜 약물을 빠르게 분사하는 약물분사시스템을 개발했다. 머리카락 한 가닥 두께 정도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약물을 초당 150m의 빠르고 일정한 속도로 반복 분사한다.

빠르고 강력한 물줄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원리다. 이를 통해 바늘식 주사기의 통증과 불편함을 없앴다. 무엇보다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주사기 재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구팀은 바늘 없는 주사기로 인슐린 분비가 없는 1형 당뇨 쥐에 인슐린을 주사한 뒤 기존의 주사기와의 효능과 비교했다. 그 결과 동일하게 혈당이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 당뇨병에 걸린 쥐를 이용한 인슐린 주입 주사기의 효능 평가.출처=서울대 공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실시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여재익 교수는 의료기기와 관련이 없는 우주항공을 전공했다. 동력추진 장치를 연구하던 도중 추진장치의 원리를 의료기기에 적용했다.

▲ 여재익 교수.출처=서울대 공대

여재익 교수(사진)는 “발사체와 동력추진 장치의 원리를 응용해서 바늘 없는 주사기를 개발하게 됐다”며 “주사기는 일종의 물총처럼 가늘고 빠르게 물줄기를 뽑아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데 물줄기가 워낙 얇고 빨라서 통증을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사를 맞는 환자의 통증을 없애고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감염도 예방할 수 있어 개발 후 높은 수요가 기대된다. 연구팀은 바늘 없는 주사기를 사업화하고 있다. 최근엔 U-테크벨리 사업의 서울대 1호팀으로 선정돼 지원도 받고 있다. U-테크밸리는 기보와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스텍 등 국내 주요 5개 대학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창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개발과 사업화는 여재익 교수팀이 지난 5월 설립한 벤처 회사인 ‘바이오에이치’가 맡는다. 바이오에이치는 의료용 무통주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여재익 교수는 “동물실험을 완료했으니 임상시험에 최대한 빨리 돌입하는 것이 목표지만 정확한 시기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바늘 없는 주사는 인슐린, 호르몬이나 백신과 같이 열과 환경에 민감한 단백질 성분의 약물에도 적합한 신개념 무통증 약물주입장치”라면서  “바늘공포가 있거나 감염을 우려하는 환자, 하루 1회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소아와 성인 당뇨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