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15일 양일간 서울회생법원 주최로 도산분야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UN, 미국 등 7개국의 도산 분야 판사들 및 전문가들과 공개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한국 도산절차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미국의 법인 회생절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었는데, 미국은 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민간주도로 많은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런 방식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상호이익을 좀 더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민간의 역량이 받쳐줘야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이 중 미국의 Examiner(조사위원) 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나라는 모든 회생절차에서 조사위원이 선임되는 반면 미국은 특별한 경우에만 조사위원이 선임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사위원은 채무자회사의 재산상태, 위법성, 회생 계획안의 실행 가능성 등을 확인하여 재판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존재로 회생절차의 회계, 재무 부분을 관장한다. 또한 계속기업가치는 미래를 전망하는 작업이므로 미래 전망에 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이견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이견에 대하여 공정한 평가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조사위원은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의미가 크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공정성을 담보할까?

미국은 공정성이라는 개념의 여지를 없앴다.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방식이다. 즉, 채무자가 회사의 재산상태, 미래 계획 등을 오픈하면 채권자 측 전문가가 해당 내용을 확인하여 채무자 측과 협상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데, 중간에서 중재하는 존재만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미래를 전망(valuation)하는 작업이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인하다 보면 결과는 대부분 수렴한다. 차이는 좀 있겠지만, 그것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절충하면 된다. 합의하면 되는 것이지 공정성을 따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합의를 통하여 사건을 종결하는 현재의 우리나라 도산법 취지와도 맞다.

사실 우리나라도 조사위원의 도입취지는 채무자와 채권자 의견을 절충하여 회생절차의 공정한 진행을 도모하는 데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채무자 측 의견만 있고 채권자 측 의견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무자 측 의견이 없는 경우도 많다. 채무자가 의견을 내려면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양 당사자의 의견은 없고 조사위원의 의견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조금 문제가 있다. 상호 협의에 대한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므로 조사위원이라고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비교 검토하는 작업을 통하여 다듬어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조사위원의 권위가 더해져 협상의 여지가 더 없어지는 경향이 있어 조금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는 DIP 파이낸싱(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한 투자)의 부재와도 연결된다. 미국은 대부분의 경우에 DIP 파이낸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히려 금리가 높아 비딩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협상하는 방식이니 금융채권자가 회생회사를 잘 알 수밖에 없고, 회생회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연히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최근 이루어진 DIP 파이낸싱이 거의 없다. 2016년 9월에 이루어진 STX조선 사례가 그 존재 여부를 알려주고 있는 격이다. 최근에는 유암코와 우리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DIP 파이낸싱이 무산되기도 했다. 회생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이 없는 우리은행으로서는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다른 곳에서 한국경제와 증권학회가 주최한 기업구조혁신포럼이 열렸다. 해당 포럼에서는 구조조정 펀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외국처럼 사모펀드를 통한 구조조정 방식을 도입하여 은행보다 빠른 의사 결정 능력과 전문가 활용 능력을 통하여 효율적인 진행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업구조조정 펀드 등 민간이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가다듬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도산 분야가 점점 민간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국제콘퍼런스에서는 도산 분야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폐쇄적일 것 같은 법원이 한진해운 도산 사건에서 발생한 미묘한 문제와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해외 사례를 탐색할 때는 뭔가 신선한 느낌도 들었다. 도산 분야의 발전도 결국은 자본주의의 성숙과 궤를 같이하겠지만, 회생법원의 이런 노력과 시도들이 도산 분야의 성숙을 앞당길 것이다.

◆조사위원 : 회생신청 한 회사에 대해 기업가치를 조사해 법원에 보고하는 자. 조사위원의 조사결과, 회사의 기업가치가 파산할 때 채권자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가치보다도 적게 산출되면 회사는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DIP 파이낸싱 : DIP(Debt In Possesion) 회생절차 중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이 되는 제도로 회생기업을 말함. DIP 파이낸싱은 회생절차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을 지원해 주는 금융기법을 뜻한다. 채무자 기업에 대한 자금을 지원해 리스크가 높은 반면, 투자자는 높은 이율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여러 법무법인에게 법정관리 업무를 자문해주는 법인회생 전문 회계사입니다. 법정관리 업무는 법원에서 진행하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판단은 회계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회계사가 필요합니다.  법정관리는 회계로 뒤집는 세상입니다. 적자를 흑자로 뒤집어야 회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 재무제표를 회계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미래의 재무제표를 탄생시키는 작업입니다. 제 글이 뒤집기를 원하는 모든 경영자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