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재균형을 위해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공급 억제 책인데 일종의 수출 통제라고 할 수 있다.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산유국 희망대로 재균형을 찾아가는 가운데 원유시장에 나올 몰량을 통제한다면 유가상승은 불을 보듯 훤하다.산유국엔 희소식, 원유 수입국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 오펙(OPEC) 산유국인 러시아 등 22개국은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가 55달러를 넘은데다 미국산 원유의 벤치마크인 서부텍스사산원유(WTI)도 배럴당 50달러에 근접했다.

지난 15일 WTI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49.89달러를,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55.62러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한 주 동안 WTI는 6.1%, 브렌트유는 3.4% 올랐다. 

유가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오르고 있다. 우선 세계에너지기구(IEA)가 사우디 등 산유국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이번주 발표한 보월간 보고서에서 8월 산유량이 7월에 비해 72만배럴 줄었다고 발표했다. OPEC 회원국이면서도 감산합의에서 제외된 리비아의 소요사태로 생산이 준데다 비 오펙 산유국인 미국이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주 유전지대가 피해를 입으면서 생산이 감소한 탓이라고 밝혔다.

IEA는 한 술 더떴다. 올해 원유수요 증가분이 지난달 예측한 하루 150만배럴보다 증가한 하루 160만배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정유제품 재고는 5년 평균에 접근한다고 밝혔다. 이는 원유시장이 재균형을 향해 급진전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우디의 원군은 미국에서 등장했다. 미국의 가동중인 원유채굴기 숫자가 계속 줄고 있는 게 그것이다. 지난주 749개로 전주에 비해 7개 줄었다. 2주 연속으로 감소했다.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333개나 많은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감소추세다 .1분기엔 133개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97개 늘어 증가세가 둔화되더니 3분기에는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동중인 채굴기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이 덜 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수요는 늘고 생산은 줄고 재고도 감소하니 원유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사우디 등은 여세를 몰아 유가를 자기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리는,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유가 재균형을 위해 내년 3월말 종료되는 감산합의를 재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국제유가 추이. 출처=IEA

 

여기까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급 억제를 통해 유가 재균형의 속도를 내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수출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모니터(monitor)란 우리말로 추적 관찰하거나 감시하다는 뜻이다. 사우디가 원하는 생산만 감시해서 감산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아니라 수출도 감시해서 ‘적은 물량’ 원유시장에 나가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수출량을 통제하겠다는 속내다.

이는 산유국인 사우디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치에 닿는 선택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이 하루 하루 120만배럴, 러시아 등이 하루 60만배럴 등 산유국이 생산량을 180만배럴을 줄인다고 해서 꼭 그만한 양이 원유시장에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감산합의에 참여하는 산유국들은 생산을 줄였지만 수출을 줄인 것은 아니었다. 원유저장시설에 비축해둔 원유를 꺼내다 팔았기 때문에 감산합의에도 원유시장엔 물량이 이전보다는 줄긴했어도 여전히 차고 넘치는, 사우디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은 하루 120만배럴의 감산에 합의했지만, 다른 산유국들은 저장시설 비축 원유를 팔거나 국내 소비를 줄여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한 탓에 수출물량은 단 21만3000배럴 줄었다고 전했다.

최대 산유국으로서, OPEC를 이끈다는 사명감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감산합의를 이끌어온 사우디에게는 ‘꼭지가 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우디는 이에 따라 이런 현실을 종식시키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오는 22일 정례회의에서 국가 수준의 수출을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영국 컨설팅회사 알파 에너지의 존홀(John Hall) 회장은 WSJ에 “수출 수준이 시장이 관심을 갖는 유일한 잣대”라면서 “그걸 단축하면 분명히 유가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다수 OPEC 회원국들이 반발할 수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 수출량을 줄이고 있어 다른 OPEC 회원국들이 계속 거부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현재 유가는 상한이 아니라 바닥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사우디가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효험을 내면 유가는 바닥을 힘차게 딛게 튀어올라 끝모를 천장을 향할 것이란 말도 된다.

지난 15일 WTI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49.89달러를,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55.62러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한 주 동안 WTI는 6.1%, 브렌트유는 3.4% 올랐다. 그런데도 유가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