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다양한 선택지가 스피커로 수렴되고 있다. 다양한 인터페이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 행보를 보면 1차 목표는 당연히 인공지능 스피커다. 국내에도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SK텔레콤의 누구와 KT의 기가지니 등이 자신의 존재감을 가다듬고 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검색과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다. 그 연장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일까?

▲ 출처=미래에셋대우

협력의 방정식

구글은 최근 오프라인 소매 업체인 홈데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한 음성 쇼핑 협력을 발표했다. 월마트와 음성 쇼핑 협력을 발표한 이후 오프라인 업체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다른 소매 업체인 코스트코는 이미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도 나섰다.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Kohl과 에코 하드웨어 판매 협력을 발표했다. 10월부터 LA와 시카고에 위치한 Kohl의 매장 중 10곳에서 아마존의 에코 판매를 시작한다. 이를 통해 Kohl은 ‘매장 방문 지표’를 개선시킬 수 있고 아마존은 에코 보급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오프라인 매장의 연합은 무엇을 시사할까?

미래에셋대우의 정용제 연구원은 "구글과 아마존의 음성 검색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아마존의 우세와 구글의 추격이 심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있는 에코가 굳건한 점유율을 가진 가운데 구글홈을 내세운 구글의 추격이 최근의 추이라는 설명이다.

당분간은 선두 주자인 아마존의 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구글의 검색 쿼리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 구글은 핵심 컨텐츠와 부동의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보급률을 내세우는 한편 기존 검색 엔진의 정확도와 데이터를 무기로 음성 검색 사용자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아마존의 본거지인 쇼핑을 제외한 기타 검색과 핵심 컨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구글의 우세가 예상된다.

▲ 출처=미래에셋대우

박 연구원은 "음성 검색 시장의 확대는 구글에게 수익 모델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시킬 수 있고 아마존에게는 사용자 획득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향후 구글의 음성 검색 쿼리 점유율은 상승할 수 있으나 수익성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검색 쿼리의 일부가 터치에서 음성으로 대체될 전망이며 이는 사용자의 타 플랫폼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신규 하드웨어를 통해 검색 쿼리의 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기존 CPC 수익 모델과는 다른 신규 수익 모델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와 협력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 출처=미래에셋대우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목표가 모두 동일한 것도 아니다. 국내의 상황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 포털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판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웨이브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경쟁력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구조라면, 카카오의 카카오미니는 말 그대로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가 내비게이션 T맵과 결합하는 한편, 누구 미니 등 파생 라인업을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후 이동형 단말기인 누구 미니까지 연이어 공개한 SK텔레콤이 7일 내비게이션 T맵에 인공지능을 탑재했다. T맵x누구가 주인공이다.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 명령만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 변경할 수 있는 차세대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이는 빅데이터 확보와 플랫폼 강화, 이에 따른 인공지능 하드웨어 플랫폼의 다각화 전략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은 "T맵의 일평균 사용자(ADAU)가 240만명에 이를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이용자가 2건씩만 음성명령을 이용해도 매일 인공지능이 학습가능한 데이터가 480만건이나 된다"면서 "판매대수 20만여대로 국내 1위인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의 하루 대화 횟수가 약 50만에서 60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머신러닝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10배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 출처=SKT

누구 미니의 등장은 에코닷 출시 등 아마존 에코의 파편화 전략과 동일하다. 이동형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세워 스마트홈의 사각지대를 모조리 담아내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 미니의 크기는 기존 누구의 절반 이하지만 기능은 동일하다. 누구는 음악 감상(멜론)과 홈IoT(스마트홈)를 비롯해 일정관리, 날씨알림 등 생활 편의형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현재 커머스(11번가), IPTV(B tv), 교통정보(T맵)를 비롯해 주문 배달 등 30여 가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박명순 AI사업본부장은 “이동성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말로 누구 미니를 설명했지만, 사실 말 그대로 이동하며 즐기는 단말기는 아니다”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개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KT의 기가지니는 IPTV 플랫폼과 연동되는 것이 강점이다. 멀티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를 연결해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KT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업인 사운드하운드에 500만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어도비와 구글 크롬캐스트 제작에 나선 플렉스와 협력을 타진하는 중이다. 인공지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조직 정비와 함께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AI테크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5월 초에는 AI 서비스 개발과 생태계 조성을 담당하는 기가지니사업단을 출범시켰다. 현재 130명의 전문 인공지능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50여명을 추가로 보충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인공지능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없다는 전제가 성립된다. 그 중심에서 오프라인 매장과 연합해 일종의 B2B 산업으로 지평을 넓히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포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멀티 미디어, 나아가 초연결 플랫폼 전체를 아우르는 사용자 경험을 타진하기도 한다.

▲ T맵의 변경된 UX. 출처=SKT

하드웨어 역량도 끌어올려야

인공지능의 그릇으로 재조명되는 스피커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중요한 전제조건이 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바로 하드웨어의 기본 기능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외 주요 인공지능 스피커 4개 제품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인공지능 스피커를 구매한 동기로 67.7%(203명)가 ‘인공지능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꼽았다. 제품을 사용한 기간은 응답자의 80%(240명)가 3개월 미만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용 기능으로는 음악재생(71.3%)이 제일 많았고 날씨·교통정보(41.0%), 인터넷 검색(40.3%) 순으로 나타났다.

▲ 출처=한국소비자원

기능별 사용 만족도는 날씨교통 정보제공이 3.15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음악재생 3.10점, 타이머·스케줄 관리 3.04점 등의 순이었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주요특성인 일상대화 항목은 2.78점으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핵심 기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용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기대한 특성은 쉽고 편한 음성인식 기능(46.3%), 일상 대화(23.0%) 등으로 나타났지만 사용 중 느낀 불편으로 음성인식 미흡(56.7%)이 가장 많았다.

연결형 대화 곤란(45.7%), 외부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37.0%)이라 답한 사람도 높아 음성인식 등 제품 성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인공지능 스피커의 음성인식 성능과 주요기능에 대한 사용상 유의사항을 통해 지속적인 품질개선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할 것을 관련 사업자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스펙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줄 수 없다. 모든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제조사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