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중국 철수 결정을 내렸다. 신세계이마트가 연내 철수하기로 한 데 이어 롯데마트도 중국을 떠나기로 하면서 한국 기업의 탈중국 러시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중국 내 롯데마트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내 112개 매장 전체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9월 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군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지정한 이후 중국 정부는  롯데마트는 물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류 금지령(限韓令·한한령)을 내리며 보복에 나섰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소방점검, 세무조사 등의 단속으로 매장 영업을 중단해야만 했고, 올해 3월부터는 매장에 대한 영업정지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롯데마트 112개 점포 중 87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 측은 중국의 계속된 영업정지 조치에 두 번에 걸쳐 총 7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결국 6개월 만에 두손을 들었다. 2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840억원)의 10%에 불과한 210억원에 그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피해액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걱정스런 눈으로 이번 일을 지켜보고 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가 20년 만인 올해 사업 철수를 이미 선언했다. 2010년대 초반 26개로 불어나기도 한 점포는 사업부진으로 올 초 6개까지 줄었고 이마저 팔아치우기로 했다.  여기에 롯데마트까지 ‘완전 철수’란 고배를 마셔 유통계에선 중국이 대형 유통업체의 블루오션이 아닌 '사지(死地)'로 여기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에서 마트뿐 아니라 쇼핑 등 크게 사업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계속 기다렸지만, 점점 더 악화됨에 따라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추가 사드 배치로 협상으로  상황이 더욱 안좋아지자 결국 철수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와 자동차 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 가지다.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마뱀이 살기 위해 꼬리를 자르듯, 손실꼬리를 자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놧다. 동부증권 차재헌 연구원은 15일 낸 보고서에서 롯데마트 매각 결정에 대해 “잘못된 투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 "밑빠진 독에 더 이상 물을 채워넣지 않게 됐다는 것안으로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총직원 1만여명 중 7000명의 휴직자에게도  최저 급여의 70~80%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차 연구원은 “지금으로서는 빠른 매각만이 추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유정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일방적인 사업 철수가 아닌 매각을 추진하면서 피해액을 최소하능로 줄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롯데마트 중국 사업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기업가치 훼손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중국 사업 철수로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잠재부실이 사라질 경우 지주사 분할합병 전 기준으로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약 8% 감소하겠지만 영업이익은 14% 이상 개선되면서 시가총액 기존으로 1조원의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