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2일(미국 현지시각) 신사옥 애플파크의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아이폰8, 아이폰X를 비롯해 새로운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핵심적인 주인공은 아이폰X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플워치 3세대도 충분히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애플TV의 4K 지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주였습니다. 아이폰이 아이폰8, 아이폰X로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나온 상태였습니다. 다만 애플워치 3세대는 루머만 난무했을 뿐, 아이폰X에 쏠린 관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현재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시계며, 1년에 50%나 성장했습니다.

발표회 현장에서 애플워치 3세대 시연이 있었습니다. 셀롤러 기능을 활용해 전화통화를 지원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부분이 사실 대단합니다. 바로 ‘아이폰과의 연동이 없어도 전화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에요. 건강과 피트니스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며 애플워치 3세대는 드디어 아이폰과 독립했습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

웨어러블 시장이 생각보다 크게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핵심 중 하나는 ‘가지고 있을 이유가 딱히 없다’입니다. 스마트폰이 있고,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어야 하는데 왜 고가의 스마트워치를 구입해야 합니까. 그런 이유로 아이폰과 결별한 애플워치 3세대는 진정한 웨어러블 시장의 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 애플워치 3세대. 출처=애플

그런데 저는 갑자기 삼성전자의 기어S 생각이 납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애플워치 3세대의 아이폰 독립에 열광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독립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기어S는 2015년 출시된 스마트워치며 삼성전자의 여섯 번째 스마트워치에요. 약 2인치 디스플레이에 특별한 방식의 충전독을 지원해 눈길을 끌었어요. 다만 제일 눈길을 끌었던 지점은 바로 스마트폰과의 독립 기능. 최초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연동만 마치면 기어S는 완전한 독립 스마트워치가 됩니다. 별도의 통신망 가입을 통해 단독 전화번호도 부여받고 통화는 물론 문자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디스플레이 크기가 크고 디자인 측면에서 비판은 있었습니다. 타이젠 운영체제의 한계도 있지요. 그러나 단언하자면, 지금 애플워치 3세대에 쏟아지는 찬사는 이미 삼성전자의 손에서 2015년 화려하게 피어났습니다.

▲ 기어S. 출처=삼성전자

두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애플이 혁신의 기업일까?”와 “삼성은 과연 패스트 팔로워일까?” 애플은 아이폰X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은 OLED를 탑재하며 갤럭시 본능을 보여줬어요. 스티브 잡스는 4인치 아이폰을 고집했으나 팀 쿡의 애플은 삼성전자의 방식인 패블릿 기조를 노골적으로 추구했고요. 극단적인 베젤리스 스타일은 갤럭시S8에서 시작됐습니다. 아직 태블릿에 사용되고 있으나 애플펜슬의 존재는 스타일러스 스마트 단말기 방향성이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둘 사이에 차이는 있어요. 아이폰X가 안면인식인 페이스ID를 탑재한 반면 갤럭시노트8은 홍채인식을 내세웠고, 애플페이와 같은 간편결제는 애플이 먼저 개발했습니다. 결국 둘 모두 닮아간다는 말이 맞겠네요.

다만 그 사이에서 하나는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애플=혁신의 독점’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삼성전자=패스트 팔로워’도 아니에요. 최소한 혁신의 관점이라면, 두 회사의 차이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