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사람 퀴즈왕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IBM 왓슨에게 “10층에서 코끼리를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아주 쉬운 질문이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질문은 한국포스트휴먼학회 콜로키움에 연사로 온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의 김진형 박사가, IBM 왓슨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제시한 질문이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고 실제로 IBM 왓슨에게 질문해보려고 했다.

IBM 사이트에 가면 왓슨과의 대화를 해볼 수는 있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고 자동차 내부에서 대화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영어로 그 질문을 해보았다.

 

왓슨의 대답은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으니 뭘 먼저 할까요?”였다. 아마도 이 IBM 왓슨의 데모는 자동차에게 말로 명령을 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만약에’와 같은 내용의 질문은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IBM 사이트의 왓슨은 아마도 퀴즈쇼에 출연했던, 질문에 대답하는 그 왓슨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왓슨도 ‘만약에’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사실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한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다른 종류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속 1000㎞로 달려라”라는 명령을 해보았다. 왓슨의 대답은 “네, 곧 말해드릴게요!”였다. 물론 그리고는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독자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IBM을 폄하하려고 왓슨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유명한 퀴즈 대회에서 우승한, 화려한 전력을 가진 왓슨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왓슨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정은 IBM 왓슨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유명 챗봇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고 챗봇들은 준비된 대화만이 가능할 뿐이다. 

 

퀴즈 대회에서 결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보통 사람에게도 너무나도 쉬운, 이러한 질문이 수많은 연구자와 수많은 개발비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한 챗봇에게는 왜 어려운 걸까? 사실 “코끼리를 10층에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코끼리는 동물의 일종이고, 동물이기 때문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동물은 사물의 일종이므로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코끼리는 동물 중에서도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물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큰 충격을 받아서, 물건이라면 부서질 수 있고 생명을 가진 것이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층이라는 말은 건물의 높이를 말하는 것이고 10층은 상당히 높은 곳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물론 사물이지만 공을 떨어뜨리거나 동물이지만 새를 떨어뜨리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도 이 대답에서는 구별 가능해야만 한다. 이러한 종류의 지능을 인공지능에서는 상식 추론(Commonsense Reasoning)이라고 한다.

상식(Commonsense)은 거의 모든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것을 지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기본적인 능력이다. 시스템이 상식을 가지려면 상당한 양의 상식적 지식(Commonsense Knowledge)과 상식적 지식으로부터 추론하는 상식 추론을 가져야 한다. 상식 추론은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거나 찾을 수 있는 능력만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을 찾아서 대답하는 왓슨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러한 상식 추론에 대한 연구는 인공지능 초기부터 인식되어 연구되어 왔지만 아직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딥러닝 학습기술도 상식 추론에서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흔하게 나타나는 상식 추론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면 단답형 대화 이상의 챗봇을 만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상식 추론은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주로 자연언어처리 문제와 관련되지만 컴퓨터 비전이나 로봇과 관련된 문제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고 자율적 기계의 윤리적 행위와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참고 2). 상식 추론의 기술은 인간 지능의, 아주 근본적인 속성과 관련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상식 추론이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이름처럼 아직 충분한 연구가 된 것이 아니다.

지금 온 세상이 딥러닝으로 술렁이지만 인간의 지능이 놀라운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인공의 지능인, 인공지능도 놀라울 것일 수밖에 없고 딥러닝은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딥러닝 기술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지속적이고 차분한 연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딥러닝 기술도 한동안 유행을 지나 잊히기도 했던 인공신경망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제 이 글을 읽는 사람인 당신이 “코끼리를 10층에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답해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이 관련되어 떠오르는지를 느껴보기 바란다. 불쌍한 코끼리와 코끼리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끔찍한 광경을 떠올릴 수 있는 인공지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