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졸 게임 개발자가 4000억원대 잭팟을 터트렸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얘기다. 펄어비스가 코스닥 시장 상장을 하루 앞두고 있다. 지분율이 39.04%인 김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공모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4000억원대에 이른다. ‘검은사막’ 글로벌 흥행을 이끈 그는 상장 이후에도 게임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는 1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펄어비스는 개인투자자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0.43대 1로 미달 사태를 빚어 우려감을 자아냈다. 기관투자자가 미달 주식을 공모가에 모두 사들여 실권주가 발생하진 않았다.

펄어비스 창업자인 김 의장은 자사주 471만주를 보유 중이다. 이번 상장으로 그 주식 가치는 4852억원으로 계산된다. 펄어비스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김 의장 개인은 상장으로 게임 업계 자산가 반열에 오르게 된 셈이다.

▲ 가장 오른쪽이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출처=펄어비스

김 의장 이력에도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그는 ‘고졸 개발자’로 이름을 알렸다. 한양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던 중 학교를 중퇴해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인 그다. 21살이던 2000년 게임회사 가마소프트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당시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릴 온라인’ 개발에 참여했다.

김 의장은 회사를 NHN(현 NHN엔터테인먼트)으로 옮겨 개발력과 흥행 감각을 뽐냈다. MMORPG ‘R2’와 ‘C9’를 연달아 개발했다. 특히 C9이 흥했다. 이 게임으로 그는 200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올해의 개발자상’을 받았다. 업계에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듬해 김 의장은 NHN에서 나왔다. 동료 몇몇과 펄어비스를 창업했다. 새 MMORPG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작이 빛을 보기까진 4년이나 걸렸다. 게임 엔진까지 개발하며 공을 들인 까닭이다. 이 게임이 지금의 펄어비스를 있게 한 ‘검은사막’이다. 2014년 12월 국내 출시 이후 세계 각지에 이 게임을 선보였다. 현재 100여개국에 서비스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펄어비스는 서비스 지역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올해 4분기 동남아, 중동, 터키 직접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콘솔·모바일 버전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신작 프로젝트도 다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작 역시 MMORPG 장르가 주를 이룬다는 후문이다.

▲ 출처=펄어비스

검은사막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6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엔 매출 규모가 1455억원으로 급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장 이후 성장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공모가(10만3000원)가 고평가됐다며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의장은 상장 소식이 전해진 후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게임 개발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엔 좀더 개발에 집중하고 싶단 이유로 펄어비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상장 이후에도 정경인 대표가 경영을 맡고, 김 의장은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의 개발 DNA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