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힙합문화는 1990년대 초반 ‘문화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게 된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듀스, 지누션, 김진표 등의 뮤지션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쇼미더머니>라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인해 힙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어느덧 대중음악의 주류가 되었다. 이제 한국의 대세는 힙합이다.

자유와 즉흥성을 중시하는 힙합문화는 1970년대 초 시작된 미국 뉴욕의 빈민가인 할렘에 거주하던 흑인들을 대변하는 문화다. 미국 흑인들은 사회의 비리를 풍자하거나 기존 생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힙합이라는 문화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냈다. 힙합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로 이야기되는 것은 4가지 정도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보이는 건물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비트가 빠른 리듬에 맞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랩, 랩에 맞춰 춤을 추는 브레이크 댄스, 그리고 디제잉이 있다. 요즘 힙합문화의 인기와 함께 힙합 문화의 일부인 그래피티 또한 대중의 관심뿐만 아니라 기획자,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예술의전당에서는 올해 초까지 ‘위대한 낙서’ 전시를 선보인 이후 후속 전시로 ‘위대한 낙서 셰퍼드페어리 전 : 평화와 정의’ 전을 진행하고 있고, K현대미술관에서는 ‘관람객, 예술가가 되다’, 아라아트 센터에서는 ‘뱅크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전시들을 한번 돌이켜보면, 이전까지는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나오던 인상파전, 오르세 미술관전과 같이 전통적인 미술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현대 미술의 외부자로 인식되어 오던 그래피티가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요즘 한국의 대세 문화가 음악으로는 힙합이, 전시로는 그래피티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매체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변화와 대중의 시각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문화로서, 대중에게 심리적인 소통에 대한 대리만족의 매개채로서 더 환영받는 것은 아닐까?

아름다운 것이 미술이라는 정의를 내리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지만, 한 번 더 미술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버리는 현상이 지금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미술이 지닌 다양한 기능 중 사회적인 기능이란 것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대중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그 관심은 고스란히 그를 대변하는 대중 예술인 그래피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