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을 폐지하면서, 미국 각지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시위와 함께 주정부들은 잇달아 위헌소송을 제기한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미성년자인 시기에 부모를 따라서 미국에 불법 입국하면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했던 제도인 다카(DACA)가 사라지면서 약 80만명의 청년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다카에서 그치지 않고 임시보호 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으로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들의 체류 신분을 연장해줄 것인지, 혹은 이를 종료하고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낼 것인지를 6개월 이내에 결정할 예정이다.

임시보호 신분(TPS)이란 미국 국토안보국에서 자연재해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인해 생활이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나라로 지정한 경우, 인도적인 차원에서 불법 이민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고 추방을 면할 수 있는 이민법 조항이다.

내전이나 자연재해, 전염병이 창궐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명칭이 의미하듯이 ‘일시적으로’ 혹은 ‘임시로’ 미국에서 지내다가 본국의 상황이 좋아지면 돌아가는 것을 당초 목적으로 했으나, 일부 국가들의 경우 나라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서 몇몇은 20년간 미국에서 거주 중이다.

임시보호 신분은 약 1~2년 정도가 유효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재신청을 거듭하면서 20여년을 살게 되는 것으로, 현재 미국에는 약 44만명의 사람들이 임시보호 신분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임시보호 신분의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은 수단과 남수단에서 온 이민자들로 약 1039명이 현재 거주 중인데 이들의 신분은 11월 2일로 종료될 예정이다. 특히 인원이 많은 아이티와 온두라스, 니카라과의 임시보호 신분의 유효기간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11월에 이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라는 점이 사람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온두라스에서 온 사람들은 현재 8만6000명, 니카라과 출신은 5300명이다.

지난 2011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아이티 이민들에게 허용되었던 임시보호 신분은 지난 7월 만료됐다. 하지만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인 존 켈리 당시 국토안보국장이 내년 1월까지 6개월간 연장해줘서 현재 미국 내에 취업해서 살고 있는 5만8700명의 아이티 이민자들은 만기되는 내년 1월부터 귀국에 들어가게 된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임시보호 신분 체류자들은 26만3000명이나 되는데 내년 3월이면 신분이 만료되면서 2001년부터 살고 있던 미국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수단이나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에서 온 체류자들은 빠르면 지난 1997년부터 늦으면 2001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해와서 대부분 미국에서 가정을 꾸렸고 아이들까지 있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 없이 홀로 미국에 남겨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가족들을 찢어놓게 된다는 인도주의적 문제와 함께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지적된다. 다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 내에서 현재 취업한 상황인데, 이들이 추방당할 경우 당장 수십만명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업무에 큰 차질이 발생한다.

친이민정책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티와 온두라스, 니카라과에서 온 임시보호 신분자들을 모두 추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31억달러다. 그리고 이들이 그동안 사회보장보험과 메디케어에 기여한 69억달러가 사라지는 것이며 국내총생산(GDP)의 452억달러 손실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단체들은 불법 체류자와 달리 임시보호 신분의 사람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신분을 보장받고 미국에서 거주한 것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이곳에 거주한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거주 신분을 제공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