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창조하기 위한 두 가지 기본적인 활동은 마케팅과 혁신이다. 성과를 올리는 것은 마케팅과 혁신뿐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마케팅이 당신의 조직에서는 어떤 상황인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여기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러나, 그 해결책을 단순히 ‘마케팅’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마케팅이 실제로 계획‧실행되는 곳인 회사라는 ‘조직’ 측면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좋은 ‘마케팅’ 해결책도 실행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

추가로 “경영의 목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다. 이에 이 글은 극히 평범한 마케터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Ch. 14 결국은 경영자다 

김아쉽 팀장은 조용히 책상을 정리했다. 마케팅 이사의 퇴직 후, 마케팅팀을 홀로 이끈 지 올해로 3년째인 김아쉽 팀장. 2년 전부터 임원 승진은 확정적이라는 얘기가 주변에서 계속 나왔지만, 번번이 누락되었다. 그러던 중, 김아쉽 팀장보다 어린 마케팅 이사가 선임되었고, 사장님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리 없는 김 팀장의 속이 좋을 리 없었다. 그리고 새로 온 이사와 코드나 맞으면 어떻게든 버텨나 볼 수 있었겠지만, 전혀 맞지 않는 성향이었으니 더 이상 버티기도 쉽지 않았다. 이미 짐은 다 집에 보내놓은 터라 크게 정리할 건 없는 김 팀장이었다.

“나 차장, 평 과장, 랑해 씨. 잠깐 회의실에서 볼 수 있을까?” 김 팀장은 팀원들을 불렀다.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은 모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 팀장은 팀원들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고 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랑 일하면서 너무 고생 많았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람 뽑히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가 미안하다. 지금 솔직히 하루하루 있는 게 고역이라…. 더 이상 버티기도 쉽지 않고, 가는 회사에서도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하고.”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이틀밖에 안 쉬신다면서요. 너무 피곤하시겠네요.” 나 차장은 기운 빠진 모습으로 얘기했다.

“지금 쉬면 뭐해. 그리고 거기 직원도 나 빼고 3명밖에 안 돼서, 올 수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와달라고 하더라고.”

“아,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사장님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이게 뭐예요. 열심히 일 잘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물 먹이고. 이러면 남아 있는 사람들 참 열심히 일하고 싶겠네요.”

평 과장은 화를 내며 이야기했다.

“평 과장, 진정해. 뭐 다 생각이 있어 그러신 거겠지. 어쨌든 다들 너무 고마워. 나가서도 연락할게.”

김 팀장은 마지막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팀장은 다른 부서를 돌며 인사를 나누었고, 많은 사람들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김 팀장의 퇴사를 아쉬워했다. 누구보다도 성실히 일하며 회사원들 모두를 배려해 준 그였기에, 그만큼 남은 사람들의 아쉬움도 컸다.

회사를 나온 김 팀장은 돌아서서 회사 정문을 가만히 응시했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했지만 사장님이 김 팀장을 방으로 부른 날, 새로운 마케팅 이사가 올 거라는 얘기와 함께 본인에게 마케팅과 전혀 관련 없는 공장의 총무팀장 자리를 제안했다. 25년 동안 마케팅 업무를 해왔고 마케팅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본인이기에, 사장님의 제안은 알아서 나가라는 소리 외에는 다른 말로 들리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얘기만큼은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얘기하는 순간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였다. 김 팀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새로 가는 회사는 지금 연봉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만,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지고 싶었지만 달라질 건 없었고, 마음은 아팠지만 눈물은 감춰야 했고, 지칠 대로 지쳤지만 주저앉아 쉴 순 없었다. 지난 2주 동안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술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화방에가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자장면이나 먹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 동안 몸담은 회사를 떠나는 자신에게 하는 소박한 선물이라고 김 팀장은 생각했다.

 

“축구에서 99%는 선수고 감독은 1%다. 하지만 그 1%가 99%를 지배한다.” -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경영자는 1%지만 회사 전체 방향을 결정한다. 회사는 일반적으로, 상부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의 정점에 있는 경영자의 결정과 행동에 회사 전체가 영향을 받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은 회사 직원 전체를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현명한 판단은 노력 대비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단 성과에 한정되지 않는다. 회사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해보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또한 경영자의 역할이다.

“It's time to end the myth of the complete leader.” - In praise of the incomplete leader. Harvard Business Review

그렇다고 경영자에게 신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가 모든 부분에 완벽할 수는 없다. 조직이 작을 때야 모든 일을 다루며 분위기도 형성해 가는 게 가능했겠지만, 조직이 커 갈수록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신경 쓸 수 없음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렇기에 원활한 조직운영을 위해 권한 위임과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지만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역시 필요하다).

물론, 권한을 위임 받을 직원들의 수준이 본인의 성에 차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의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일 처리에 답답해 하고 있다면, 우선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말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잘못된 데이터가 나온다. 즉, 본인의 가이드는 명확했는지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가이드에 대해 생각했다면, 그 다음으로, 당신의 위치는 높고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활용해라.

본인이 원하는 수준에 맞지 않는 직원들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다면, 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할 수도 있고, 시스템을 바꿀 수도 있고, 인재 배치를 다시 할 수도 있다. 물론 직원들이 다 맞다는 것은 아니다. 뽑아놓고 보니 남에게 미루기만 하며, 일할 의지가 별로 없는 직원들도 있다. 이럴 경우 당신은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당신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회사의 한 부분일 뿐이다. 결국, 경영자다.”

제품이 강조하는 특징도, 제품의 특성을 전달하는 광고도, 디자인도, 가격도, 유통 채널도, 프로모션도, 마케팅에 관련된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경영자의 최종 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다. 즉, 마케팅도 1%인 경영자에 의해 결정되는 회사의 한 부분일 뿐이다. 마케팅이라고 특별히 독립적인 게 아니다. 경영자가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라 마케팅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 수도 있지만, 경영자란 위치는 회사의 모든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 마케팅에만 몰두하고 매달릴 수 있었던 전문가 시절과 다르다. 노사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수도 있고, 주주관리를 우선해야 할 수도 있으며, 현금흐름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대관 업무에 신경 써야 할 수도 있다.

즉, 조직이 커갈수록, 그리고 커가려면, 마케팅도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가이드와 권한위임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마케팅 방향이 회사 가이드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아닌지만 체크하고 벗어났다면 다시 잡아주면 되는 것이다. 일관된 방향성만 있어도, 마케팅의 실패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회사 마케팅이 잘 안 되고 있는가? 본인이 경영자라면 마케팅에 어떤 가이드를 주고, 어떻게 조직 관리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의 영향력은 엄청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