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창조하기 위한 두 가지 기본적인 활동은 마케팅과 혁신이다. 성과를 올리는 것은 마케팅과 혁신뿐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마케팅이 당신의 조직에서는 어떤 상황인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여기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러나, 그 해결책을 단순히 ‘마케팅’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마케팅이 실제로 계획‧실행되는 곳인 회사라는 ‘조직’ 측면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좋은 ‘마케팅’ 해결책도 실행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

추가로 “경영의 목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다. 이에 이 글은 극히 평범한 마케터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Ch. 12: 결론은 제품이야

사장실에서 나온 김아쉽 팀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잠깐 약속이 있어 나갔다 온다고 해놓고는 퇴근 시간 무렵이 돼서야 돌아온 김 팀장은 자리에서 가방을 챙겨 바로 퇴근했다.

김아쉽 팀장의 이상한 행동을 지켜본 평범한 과장은 대충 상황이 짐작되었다. 지난번 미팅에 새로 온 얼굴이 바로 마케팅 신임 이사였기 때문이다. 김 팀장보다 나이는 5살 어리고 좋은 학교에 국내외 대기업에서 일했던 화려한 커리어도 있다. 실력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펙만 놓고 봤을 때는 김 팀장과 비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비밀이라고 들었지만 사장님의 대학 동아리 후배이며, 연봉도 엄청나다고 들었다.

다음날, 김아쉽 팀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밝은 얼굴로 출근했다. 그리고 다음주, 저녁 회식을 제안했다. 회식은 나매출 차장, 평범한 과장 그리고 신입사원까지 참석하게 되었다.

신입사원인 ‘명랑해’는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다수의 마케팅 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마케팅에 관심 많은 친구였다. 그리고 신입사원이지만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팀의 막내 업무와 더불어 저가형 과일 주스인 ‘꿈꾸는 주스’ 브랜드를 맡고 있었다.

회식 당일, 회식은 지금까지 얘기하지 못한 갖가지 에피소드들로 다들 즐겁게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김 팀장은 신입사원에게 힘든 게 없는지 물었고, 평소 밝기만 해 보였던 신입사원은 술기운을 빌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맡고 있는 브랜드 키워야 한다고 모두 얘기만 하면서, 마케팅 예산은 거의 없는 게 너무 답답해요. 시장점유율도 7위로 거의 꼴찌인데, ‘이런 제품이 있다. 어떻게 다르다’를 알려야 소비자에게 포지셔닝될 거고 그러려면 당연히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데 그런 거 하나 없이 키우라니요. 전 솔직히 아무런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사장님도, 제가 신입사원 간담회 때 꿈꾸는 주스가 크려면 포지셔닝이 필요하고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도 필요하다고 얘기하니, 예산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얘기나 하시고…. 아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예산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건데 도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투자가 있어야 결과가 나오고, 그리고 신입사원이 혼자 어떻게 해요. 뭐 하나 해보려고 하면 다른 부서는 하나도 안 도와주고, 팀장님도, 차장님, 과장님도 다 너무 바쁘시고.”

속사포처럼 이어진 신입사원의 푸념에 김 팀장과 나매출 차장, 평범한 과장은 놀라고 말았다.

“아, 그랬구나. 미안미안. 내가 너무 정신 못 차리고 있었네, 나 차장하고 평 과장도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야근하는 상황이라, 우리가 너무 방치했던 거 같네, 미안해.”

놀란 김 팀장은 우선 사과부터 했다.

“선대 회장님은 항상 소통을 강조하면서 회사의 방향이나 각 제품군이 가야 할 길을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말씀해주셨는데, 그걸 내가 놓치고 있다고는 생각 못했네. 다시 한 번 미안해.” 김 팀장은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고 바로 말을 이었다.

“현재 우리 회사는 커피를 캐시카우로 해서 우유와 유아 음료 카테고리를 제2의 캐시카우로 키우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미래식을 향후 메인 사업으로 보고 있고. 랑해 씨가 맡고 있는 저가형 주스는 회사에서 효율성이 정말 좋은 브랜드야. 기존 설비를 가장 잘 활용해 공장 생산성도 높이고 원가도 낮아 손익도 괜찮고. 그리고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회사에서는 시장 확보를 위해서라도 꼭 진행해야 하는 카테고리고.” 명랑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꼭 필요한 제품이지만 집중해야 하는 다른 카테고리로 인해 꿈꾸는 주스까지 마케팅 예산을 추가하기는 무리가 있지. 랑해 씨가 얘기한 포지셔닝 활동은 못 할 거야.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거야? 이때 할 수 있는 제일 확실한 행동이 하나 있어.” 명랑해는 김 팀장을 조용히 쳐다봤다.

“바로 제품에만 집중하는 거지. 자 광고, 홍보활동은 소비자를 제품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지. 그 소비자들이 제품을 계속 구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제품 품질이 만족스러워야겠지. 브랜드 애착도 다 품질이 좋아야 생기는 거니까. 랑해 씨가 맡은 제품. 광고비는 없지만 흥미로운 콘셉트 또는 맛으로, 한 번 맛본 사람들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하는 건 어떨까? 샤오미는 광고비를 안 쓰기로 유명하지. 그들의 성공에는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가성비가 너무 좋으니 얼리어답터들이 알아서 알려 준거지. 광고비가 없다면, 제품에만 집중하는 게,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명랑해는 알겠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마케팅 비용이 있긴 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팀장이 못나서 그래.” 김 팀장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술잔을 들이켰다.

“아유 무슨 말씀이에요 팀장님. 팀장님만 한 분이 어디 있다구요.”

나 차장과 평 과장은 김 팀장을 응원했으나 축 쳐진 김 팀장의 어깨는 안쓰러워 보였다. 

조직 관점 

“열 번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 잭 웰치(GE 전 CEO)

잭 웰치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하고자 할 때 한 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 나는 어떤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으면 그것을 수년에 걸쳐 온갖 종류의 회의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부하직원이 말하지 않는 진실> 중, 박태현 저)

얘기해라. 얘기하고 또 얘기해라. 잭 웰치 급의 CEO도 반복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 회사의 방향성과 같이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계속 알려줘야 조직원들이 다 같은 방향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다.

글 속의 명랑해와 같이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알지 못하면 자신의 업무에 있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조직원들 간의 협동도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성과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편의에만 기반해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한다면 조직원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일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업무 효율성은 더 높아지고 회사의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 

마케팅 관점 

“결국은 제품이다.”

재밌는 광고, 기발한 홍보, 경쟁력 있는 프로모션 등.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 자신의 제품을 알리고 선택받게 하는 광고. 홍보 활동은 필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제품 품질이 불만족스럽다면, 지속적으로 선택할까? 결국 제품 품질은 가장 기본이다.

그리고 글에서와 같이 회사 내에서는 마케팅 예산이 거의 없는 제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그럴 땐 광고, 홍보 활동에 들어갈 에너지를 제품에 더 쓰면 된다. 회사에서 판매를 하는 한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이라도 선택받을 것이다. 그 선택이 재구매로 이어지고 권유로 이어지게 하는 데 에너지를 기울여라. 결국은 품질이다.

 

하루 만에 21만개가 판매된 압력솥의 비결

인스턴트 폿이라는 캐나다의 중소 가전업체에서 만든 압력솥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세일에서 21만개 판매를 기록했다(참고로 이날 텔레비전 전체는 9만대, 헤드폰 전체는 2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날 이 회사가 아마존을 통해 올린 매출은 약 169억원이다(자료 참고: 광고 한 번 않고 대박 난 압력솥과 믹서. T Times).

인스턴트 폿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프, 밥, 죽, 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고 압력 세기도 조절 가능하며 프라이팬처럼 음식 재료를 볶을 수도 있다. 제품 개발에는 전문가였지만 제품을 알리는 데는 초보였던 이 회사는 요리 블로거와 요리책 저자 200명에게 제품을 주고 좋은 제품이니 사용해보길 권했다고 한다. 제품의 성능에 반한 블로거와 요리책 저자들은 알아서 제품을 홍보해 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고객들의 반응은 이어졌고 회사는 막대한 광고비용과 홍보 활동 없이 제품력만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품력이 뒷받침되면 인스턴트 폿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