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에 주로 쓰이는 아스피린이 최근 의약품계 ‘팔방미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통 효과 말고도 심혈관계, 치매 예방 등 다방면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충치 치료 효과와 암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렇다고 해서 아스피린이 만병 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스피린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스피린의 득과 실, 어디까지일까?  

▲ 출처=이미지투데이

충치 치료 효과… “통증 무감각해지면서 치료 시기 놓칠 수 있어”

충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치과 질환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퀸즈대 벨파스트 퀸즈대학 치의대 연구팀은 아스피린이 충치로 손상된 치아의 상아질을 재생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영국구강치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시험관 실험에서 손상된 상아질 줄기세포에 아스피린을 저용량 투여했을 때 상아질 형성을 담당하는 유전자와 치아 줄기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이클라스 엘 카림 박사(Dr. El Karim)는 “임상시험에서 충치에 대한 아스피린의 효과가 입증되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충치 치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치아를 유지하거나 충치 치료 비용을 절감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치는 입안의 산이 치아의 에나멜과 상아질을 용해시켜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치아의 머리 부분 표면을 덮고 있고, 치아 상아질을 보호하는 유백색의 반투명하고 단단한 물질을 치아 법랑질 또는 에나멜질이라고 한다. 산은 치아에 쌓여있는 끈적거리고 얇은 필름인 플라크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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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치가 생기면 치아를 제거하거나 치아의 뚫린 구멍을 아말감 등으로 메우는 치료가 시행된다. 대부분의 충전재는 평생 여러 번 교체해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 치과 전문의는 이런 효능에도  아스피린과 같은 진통제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로 환자들은 충치로 인한 치아 통증, 잇몸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한다”면서 “통증이 무감각해지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어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스피린 복용한 만성B형간염환자 간암 발생 위험 최대 66% 줄어
아스피린은 간암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병원 이정훈·강원대학교병원 이민종 교수팀은 2002~2015년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18~85세 만성B형간염환자 1674명를 대상으로 아스피린 복용여부를 대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를 사용한 환자와 아닌 환자 각각  558명, 1116명을 비교해 간암 발생 위험 차이가 있는지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기간 동안 63명(3.8%)에서 간암이 발생했으며 두 그룹 간 차이를 비교했을 때, 항혈소판제를 복용한 B형간염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도가 56~66% 더 낮았다.

이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내에서 가장 흔한 간암의 원인이 되는 만성B형간염의 간암 발생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면서 “아스피린의 경우 출혈 위험이 크지 않으면서 간암 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기간 아스피린 복용한 노인 사망률 높아

노인이라면 아스피린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매일 꾸준히 아스피린을 복용한 노인의 사망률이 아스피린을 먹지 않은 노인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받은 60세 이상 노인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5년간(2003∼2007)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중 최소 한 가지 이상 보유한 14만 5769명의 아스피린 복용 여부와 사망률의 상관성을 분석,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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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아스피린을 전혀 복용하지 않은 노인은 13만 3046명, 1년 이하 복용은 1만 21명, 1∼3년 복용은 2588명, 3∼5년 복용은 114명이었다.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노인의 총 사망률은 9.8%였다. 아스피린을 1년 이하 복용한 노인의 총 사망률은 16.0%로,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는 노인의 1.5배였다. 1∼3년 복용한 노인의 총 사망률은 17.7%(1.6배), 3∼5년 복용한 노인의 총 사망률은 18.4%(2배)였다. 아스피린 복용 기간이 길수록 사망률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심혈관·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아스피린 복용 노인이 비(非)복용 노인보다 높았다.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은 아스피린 복용과 비복용 노인과 비슷했다. 심뇌혈관 질환과 암에 의한 사망을 제외한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률도 아스피린 복용 노인에서 더 높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아스피린 복용 노인의 사망률이 더 높게 나온 것은 이들에게 확인되지 않은 심혈관 질환 위험요소가 더 많았을 수도 있고, 아스피린에 의해 치명적인 출혈이 증가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종률 교수는 “아스피린을 복용한 노인의 총 사망률,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졌다”면서 “아스피린의 이득보다 위험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신중한 약물 사용이 필요하며, 앞으로 추가 연구가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