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과학입니다. 중국만의 것으로 성공한 것은 없습니다.

공유자전거 모바이크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한 중국 판다 벤처캐피털(VC) 창업주인  애덤 리윤이 8일 서울 성수동 인생공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얘기다.  비전 크리에이터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세미나에는 피터마오와 애덤 리윤 등 판다 VC 공동창업주, 정주용 비전 크리에이터 대표  등이 참석해 투자한 스타트업의 강점과 육성, 그리고 한국과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교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DB

모바이크, 중국의 것으로 성공한 최초의 ICT 스타트업 

피터 마오와 애덜 리윤 등 4명이 2015년 6월 공동 설립한 판다 VC는  세계 VC의 역사로 불리는 세콰이어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VC로도 유명하다. 피터 마오는 샤오미에 초기투자를 단행한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판다 VC는 중국 공유자전거 플랫폼인 모바이크에 초기 투자한 유일한 VC다. 중국 공유자전거 사업이 치열한 경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자만  오포와 함께 모바이크는 50여개의 사업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바이크는 지난달 일본에도 진출했으며 조만간 아시아 시장 전반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애덤 리윤은 모바이크 투자에 대해 "모바이크는 자전거와 인터넷 모바일, 위치기반서비스가 결합된 독특한 서비스"라면서 "사업 초기 모바이크는 30개의 VC와 접촉했으나 모두 거절당했고, 유일하게 판다 VC의 투자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리윤은 이어 "솔직히 5년전만 해도 모바이크가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5년 전에는 공유의 가치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고, 기술력도 떨어졌다. 지금은 모바일과 위치기반서비스, O2O 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나왔고 이들이 모바이크에 잘 스며들었다.

그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던 시기에, 막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자전거를 타라고 하면 타겠는가"라고 묻고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사람들이 많은 자동차를 구입해, 이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덤 리윤은  "자동차를 가지게 된 사람들에게 '관리하기 싶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를 한 번 타세요라고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타이밍과 함께 모바이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더해졌다.    결국 정부 지원, 기술 발전, 타이밍이  삼위일체를 이룬 것이다.

그는 모바이크 투자에 앞서 정교한 데이터를 필요로 했다고 했다. 리윤은 "모바이크 투자를 결정할 무렵 중국 상하이의 자전거 이용 현황을 파악했다"면서  "하루 평균 외출건수 8300만, 20% 이상이 4Km 내외의 외출에 나섰고 바로 이들에게 모바이크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데이터, 정교한 분석과 평가가 열쇠였던 셈이다.

피터 마오는 모바이크의 간단한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모바이크 자전거는 체인이 없고 몸체가 알루미늄이며 브레이크는 고급 자동차처럼 솔리드 형태"라면서  "강력한 연구개발을 통해 공유자전거에 어울리는 방식을 찾아낸 것이 모바이크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이크의 한대 가격은 800위안 수준이며, 1대당 평균수명은 4년이라고 한다. 경쟁사는 3개월이라고  피터 마오는 귀띔했다.  

아담 리윤은 이런 투자전략에 대해  "많은 VC들은 투자를 예술로 표현하는데, 이는 너무 추상적이다. 투자는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ICT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중국만의 것'으로 성공한 것은 없었다"면서  "중국의 자전거 문화가 ICT, 스타트업과 만나 성공을 거둔 것이 바로 모바이크다. 중국만의 것으로 처음 세계에도 진출한 사례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머머따이, 틈새전략의 흥미로움

판다 VC는 여성 전용 핀테크 대출 플랫폼인 머머따이에도 투자했다. 애덤 리윤은 "중국의 인구는 15억명이고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8000만명에 그친다"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신용카드 발급을 꺼리기때문에 오히려 간편결제,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애덤 리윤은 재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신용카드 인프라가 미약해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용카드 발급, 이를 기반으로 한  생활대출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향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경우 이들은 예금도 적고 신용도 낮아 신용카드 발급을 받고 싶어도 거부당한다. 이들은 소액대출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머머따이가 탄생했다.   머머따이는 주로 여성을 타깃으로 하며 성형 등 뷰티 시술을 원하는 이들에게 대출해주는 핀테크 서비스다. 애덤 리윤은 "중국은 인구가 많고, 성형을 하고싶어 하는 여성들도 많다"면서  "소액대출을 위한 여성들의 열망, 이들을 위해 병원과 협력해 플랫폼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신용등급. 가난한 여성 젊은이들의 신용등급이 낮아도 머머따이는 흔쾌히 돈을 빌려준다는 점이다.   피터 마오는 이에 대해  "데이터가 답"이라면서  "예금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아도 주변인, 남편이나 아버지 등의 신용등급을 보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형비용 중 상당수는 바로 남자들이 많이 낸다는 패턴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중국에 없는 게 많다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떨까. 실리콘밸리처럼 중국의 사정도 녹록하지는 않다. 피터 마오는 "생생한 활력, 정부의 지원 등으로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 1세대 VC(벤처캐피탈)는 이미 은퇴하는 수준이고 스타트업 창업자는 20대 후반, VC 대표는 30대 초중반이 사실상 업계를 끌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주용 비전 크리에이터 대표도 자기 경험을 공유했다. 정 대표는  "전용차 기사와 대동하고 다니는 부호들이 어떻게 자전거의 매력에 집중해 모바이크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묻고  "바닥부터 다져 올라온 젊은이들이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하게 끌어가고 있으며, 또 전용차 기사와 대동하는 부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한국에는 무궁무진한 사업기회가 있다. 피터 마오는 "처음 한국에 와서 특별한 맛집찾기 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충격이었다.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면서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ICT 인프라가 잘 구비된 한국은 분명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애덤 리윤도 "한국은 콘텐츠가 풍부하다.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을 보면 많이 놀라고 있다. 이러한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업을 일으켜 세계로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