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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정의 미래탐험]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자율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2040ironman@gmail.com  |  승인 2017.09.11  07:16:08
   

독일의 제조업 전략이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인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검토를 시작해 2013년에 완성한 첫 번째 독일의 제조업 부흥전략으로 ‘산업의 디지털화’로 요약된다. 원료가 필요 없는 디지털 제조기술은 자원이 없는 독일의 제조업이 세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화 전략이라는 논리에 기초했다. 독일은 기계 및 플랜트 제조업이 강한데 이에 IT기술을 접목하고 기존의 노하우를 시스템에 함께 심어서 엔지니어링을 자동화하는 전략이다. 제조업 환경에 사물인터넷과 서비스를 도입해서 제4차 산업혁명을 일으켜 보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미래 비즈니스는 기계, 창고시스템, 생산설비가 연결망을 이루어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의 형태가 된다고 설명하고 스마트 기계, 저장시스템, 생산설비가 자율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독자적으로 작동과 제어를 조정한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제조공정, 엔지니어링, 자재 활용, 공급망, 제품주기 관리까지도 개선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스마트 공장에선 스마트 상품을 생산하고 원료조달부터 상품 공급망의 물류관리까지 전체 가치사슬이 스마트하게 관리된다고 했다.

 

‘스마트 서비스 세상 2025’

그런데 2년 후 2015년에 독일 경제통상에너지부는 ‘스마트 서비스 세상 2025(Smart Service Welt 2025)’란 제목의 두 번째 제조업 전략서를 공개했다. 이 전략서는 ‘인더스트리 4.0’의 비전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독일의 강한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들로도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은 개별 소비자의 주문에 의해 제조공법과 관련 공급망이 바뀌게 된다.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된 스마트 상품이란 스마트 서비스 세상에서 제공되는 지능형, 네트워크형 객체, 장치, 기계를 말한다. 스마트 서비스는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서 조합된다고 설명한다. 스마트 서비스 세상에선 이들 기계, 시스템, 공장이 쉽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이 플랫폼엔 독일과 유럽의 모든 설비제작자, 사용자, 서비스 공급자들이 참가해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꾸민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들도 이 플랫폼에 독특한 모듈이나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마트 공장의 현장 작업자는 더 이상 기계운전자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전문 인재로 물질과 디지털이 결합된 스마트 서비스를 잘 관리하는 창조적인 의사결정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이 전략서에 서술한 스마트 서비스 세상은 독일 경제가 지향하는 디지털 미래상이다. 스마트 폰이 확산되면서 시장의 소비자는 선반 위에 놓인 물건을 사지 않고 온라인에서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변환되면서 제조업도 상품과 서비스를 한 묶음으로 팔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전략에 반영했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상호연결되고 겹쳐 보이는 디지털 기술이 경제사회활동의 핵심으로 이미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독일 정부가 감지한 결과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 추구한 스마트 상품만으론 미래 시장을 점령할 수 없음을 간파한 전략이다. 독일 정부는 첨단기술전략과 함께 디지털 의제를 합친 디지털 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경제영역마다 혁신을 일으키는 핵심이 디지털 기술이란 점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스마트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고, 그 충격도 광범위하며, 품질이나 자원효율성 면에서도 매우 이득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스마트 서비스를 잘 가다듬으면 사용자에게 멋진 제안을 할 수 있고, 사회 복지에 기여하고, 노동자가 즐기면서 근무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공장은 고객 한 사람의 요구조건까지도 이윤을 내면서 제조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에 제조조건을 바꿔주는 전략을 채택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투명하게 공정인자들을 관리하며 최적의 의사결정이 마지막에 내려질 수 있도록 유연한 공법을 구축한다. 작업자들은 그동안 훈련을 통해 실수를 줄여왔던 반복 작업을 기계에 맡기고 기계가 감당하지 못하는 창의적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스마트서비스는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에 응하는 전략이다. 비즈니스의 중심이 생산자에서 소비자, 피고용인, 시민, 환자, 관광객 등과 같은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들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된 데이터 기반의 유연한 네트워킹 위에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 디지털생태계를 위해서 디지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내세웠다. 따라서 스마트 서비스 세상은 스마트 플랫폼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독일의 새로운 ‘자율시스템’ 전략

그런데 세상의 변화는 독일 정부의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독일은 2차 전략의 완성 시점인 2025년에 이르게 되면 스마트 서비스 전략만으로 시장의 요구변화를 대비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곧 바로 직시하게 됐다. 모든 객체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서 스마트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 세계에 고루 퍼지고 있다. 값싼 센서들이 수집한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부분적이지만 인간처럼 똑똑한 판단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전략만으론 인간 영역을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는 상품의 변화를 다루지 못한다는 판단도 하게 됐다. 모든 것이 서비스화되는 세상에선 IT 기반의 서비스화라는 정의도 스스로 영역을 한정하는 꼴이 되었다. 독일이 주장한 플랫폼만으론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활용되지 않던 자산을 가치수단으로 활용하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미처 흡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 경제통상에너지부는 2030년을 목표로 기존 1,2차 제조업 전략에 ‘자율시스템(Autonomous System)’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는 전략서를 2017년 5월에 발표했다.

   
 

자율시스템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을 잽싸게 국가전략에 흡수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경로를 자율적으로 탐색해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간다. 신체가 자유롭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목적지까지 혼자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생산현장의 자율 로봇은 주문에 맞춰 스스로 작업조건을 바꾸는 유연한 작업자로 변신하게 된다. 건물의 자율 에너지관리 기능은 입주민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을 급격하게 줄여준다. 가정에 적용된 지능시스템은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장기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며 은둔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도와준다. 생명을 위협받던 심해탐험도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바꿔주는 자율시스템 덕택으로 안전한 탐사 작업이 가능해진다. 시스템이 스스로 작업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학습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며,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응하고 앞으로 생산할 양을 결정하고 이동할 경로와 목적지를 판단한다. 자율시스템이 제조공정에서의 가변성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불가능하던 사회적 혹은 경제적 장애물을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율시스템이란 미리 정의한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인간의 상세한 프로그래밍이나 중간 개입이 필요 없이 시스템이 스스로 경로와 방법을 찾아내서 목표를 달성하는 시스템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시스템이 스스로 적응해 간다는 개념이다. 주변 환경의 변화를 플랫폼에서 학습하도록 시스템을 구비한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운영자가 모든 입력 자료에서 원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추출하고 분석해서 사용자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세상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방법을 인공지능으로 서비스하게 된다. 필요한 조치를 알고리즘에 기반한 프로그래밍으로 계산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데이터 학습방식으로 대체하고, 패턴 간을 연결하던 프로그램 대신에 신경망 가중치로 변경해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학습시스템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포함해 새롭게 학습하는 방법을 채택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개별 특성에 맞는 데이터 세트로 개별 학습하는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부족한 현장 데이터는 가상의 시나리오에 의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이 시뮬레이션에서 추출된 데이터를 모아서 데이터 세트로 만들어 학습재료로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통상 시뮬레이션이 정확한 데이터를 생산하려면 컴퓨팅 경계조건이 매우 정밀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가상모델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실제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대신할 수 있을지는 사실 모른다. 하지만 컴퓨터로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생산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궁극의 해는 ‘소량 맞춤형 자율생산 시스템’

독일이 추구하는 스마트 공장 개념은 무결점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소량 맞춤형 자율생산 시스템이다. 컴퓨터 공장 자동화로 원가를 낮추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가 원하는 개별 요구조건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다 소화해 줌으로써 상품의 가치를 차별화하는 인공지능 자율생산 플랫폼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플랫폼이 자율학습하는 시스템이다.

제조업의 발달 형태가 과연 독일이 추구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그 목표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모든 기술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 독일의 핵심 산업 전략이다. 사람들은 가정, 일터, 그리고 이동 중에도 수많은 자율시스템을 만나게 된다. 미래 사회에 등장할 자율시스템은 더 이상 한 가지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자율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사회, 법률, 윤리적 문제들을 등장시킬 것이다. 이 문제들 역시 인간-기계의 상호작용, 안전과 보안 수준의 대립상황, 법률과 윤리의 경계인식 문제 등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돌출하면 초기부터 대중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간다고 설명한다. 독일의 산업 전략이 발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만 나오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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