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배터리 재활용 문제가 숙제로 등장했다. 즉 다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분리하려는 영국은 배터리 재활용 자족국가 실현을 목표로 소형 리튬이온 전지 재활용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글로벌 리튬이온 생산 리더지만 아직까지 재활용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재활용에는 리스크가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배터리 사용 후 재처리 문제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전기차붐의 유복자 산더미처럼 쌓이는 배터리 

5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마트폰이나 전동칫솔 등에서 쓰이는 수백만개의 소형 리튬 이온 전지는 쓰레기로 폐기되거나 쓰이지 않은 채 가정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량용 배터리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의 사용 증가로 소형 리튬이온전지 사용량이 늘고 이에 따라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하기 위한 광물자원 소비도 급증하고 있는 터라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 차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컨설팅회사 로스킬에 따르면, 소형 리튬이온 전지로 2015년 한 해에만 20억달러 규모의 금속과 광물이 소비됐다  크기 크고 사용기한이 8~10년인 전기차량용 배터리는 오는 2025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 수요는 4배, 코발트 수요는 2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로스킬은 전망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올해 들어서 무려 80% 이상 상승했는데 앞으로도 더욱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전기차는 지난해 200만대를 돌파했으며 각국이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준수하면 2030년에는  1억4000만대가 전세계를 돌아다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전기차 붐은 막대한 양의 리튬이온 배터리 쓰레기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스타트업 ‘리사이클’은 지금부터 2030년 사이에  1100만t의 다쓴 리튬이온 배터리가 재활용을 기다릴 것으로 전망한다.

배터리 재활용은 불가피한 선택, 기업들 속속 뛰어들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으로 떠올랐다.  벨기에의 ‘유미코아’는 2006년부터 열이나 화학용품으로 배터리를 녹여 자원을 회수하는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2500만파운드를 투입해 2025년 도래할 규모의 숫자에 대비해 안트워프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미코는 유럽에서 배터리를 용해해 코발트와 니켈을 재활용하는 딜을 테슬라와 도요타와 성사시켰다.

미국 오레곤주의 ‘온투테크놀러지’는 부품을 분리하지 않고 다쓴 배터리에서 고품질 배터리 전극용 소재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설립자인 스티브 슬롭은 “2025년께면 이건 아주 견실한 산업이 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사이클’은 모든 종류의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를 재활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회사는 리튬과 코발트, 구리,흑연 등의 소재를 90% 회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5000t을 처리하는 것으로 시작해 최종으로는 25만t을 처리하는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의 벨몬트 트레이딩은 자원효율 향상 전문 기업인 에코슈어리티와 손잡고 소형 리튬 이온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벌이고 있다. 리사이클링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간 2만t의 배터리를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달 중 글래스고우 킬위닝 시설에 30만파운드를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 사업은 영국이 배터리 재활용 자족국가로 변신하게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영국은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해외로 내보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자동차 업계도 재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의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7월 트위트에서 “네바다주의 배터리 공장 기가팩터리가 완공될 경우 순수 청정에너지로 전력을 공급받을 것이며 배터리 재활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의 재활용, 재제조와 재사용을 연구하는 기업도 있다.

각국 정부들도 거들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매립지에 매립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자동창 업체들이 배터리를 재활용하도록 하는 규칙을 도입했다.

문제는 배터리 재활용 비용과  업계 사용 문제

배터리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비용 문제다. 배터리 재활용에는 돈이 든다.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수거,분해, 용해, 리튬 회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단계마다 돈이 든다. 누군가는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지불할까. 중요한 문제다.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리튬 회수는 언감생심이다.

▲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세계시장. 출처=삼성SDI

둘째는 리튬 회수 비용보다 원료값이 더 싸다는 문제다. 즉 회수비용을 더 낮출 방법이 피요하다는 뜻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닛산 자동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근본 문제는 배터리 완전 재활용 비용은 1kg당 1유로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는데 회수해야 한다는 리튭원료값은 그 3분의 1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회수해봐야 채산성이 없다는 뜻이다.

닛산은 전력관리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동차용 배터리를 재활용하기보다는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닛산 관계자는 "재활용 비용이 장벽"면서 '재활용이 되려면  그 비용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문제는 전기차 산업계가 재활용 소재를 사용느냐라고 끝맺었다. 타이어제조업체들이 재활용 고무를 사용한 타이어를 꺼리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한국 삼성SDI는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1위지만 아직까지 배터리 재활용에 투자를 했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LG화학 홈페이지 어디를 봐도 재활용에 대한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