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의 강자 핏빗(Fitbit)이 스마트워치 업체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중저가 단말기 피트니스 트래커와 하이엔드 단말기 스마트워치로 구분한다. 저가제품 공세로 웨어러블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긴 핏빗은  첫 번째 스마트워치 ‘아이오닉(IONIC)’을 출시하면서 전환을 꾀하고 있다. 

▲ 핏빗(Fitbit) 아이오닉(IONIC).출처=핏빗 홈페이지

핏빗은 IFA2017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에 스마트워치 '아이오닉'을 공개한데 이어 이달 1일 개막한 IFA2017에서도 선을 보이고 있다.  핏빗의 스마트워치에 대해 IT매체 더버지는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진입은 늦었지만 기대가 크다”면서 핏빗이 애플워치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핏빗은  저가 웨어러블 시장을 경쟁사인 샤오미에 빼앗긴 이후 시장 탈환을 위해 고가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피트니스 트래커 시장은 50달러 미만의 저가형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핏빗의 디스플레이가 없는스마트밴드 제품은 평균 100달러 이상이다.

▲ 핏빗(Fitbit) 제품.출처=핏빗 홈페이지

저가 피트니스 트래커 시장은 중국업체 샤오미가 장악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샤오미는 370만대를 판매해 1분기에 이어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위로 주저앉은 핏빗은 2분기 340만대의 웨어러블 기기를 판매해 15.7%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8%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 2017년 2분기 웨어러블기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출처=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

샤오미의 저가 공세로 핏빗의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감소 추세다. 핏빗은 2013년 한 해 447만대를 판매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총 2228만대를 팔았다.  지난 5년간 약 400%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샤오미의 대공세에 증가속도가 꺾인 것이다.

 

▲ 핏빗(Fitbit) 분기별 단말기 판매량과 연도별 성장률.출처=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

샤오미의 시장 확장은 눈부시다.  2014년 저가에다 넉넉한 배터리 성능을 앞세운 피트니스 트래커 '미밴드(Miband)'를 출시하자 판매량이 분기별로 평균 37.7%  증가했다.  샤오미는  올해 1분기에  360만대를 팔아 핏빗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핏빗 등 웨어러블 제조사들의 판매량은 4분기에 한 가격 할인 프로모션으로 늘었다가 줄지만 샤오미의 판매량은 일정한 게 특징이다.

▲ Xiaomi 분기별 피트니스 트래커 판매량과 연도별 성장률 추이.출처=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

핏빗은 저가형 제품으로 무장한 샤오미와 스마트워치 강자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정체기)가 된 것이다. 2015년 정점을 찍은 핏빗의 4분기 판매량도 2016년에는 전년 대비 21.2% 줄었다. 샤오미와 같은 저가형 제품이 핏빗의 위협 요소가 된 것이다.

▲ 샤오미 미밴드(Mi Band).출처=샤오미 홈페이지

이에 따라 핏빗은 절치부심했다.  하이엔드 스마트워치 출시를 위해 지난해 12월 스마트워치 업체인 페블(Pebble)을 인수하고 올해 1월에는 스마트워치 업체 벡토(Vector)를 연이어 인수했다.  핏빗은  이들 업체의 핵심 기술과 보유한 핵심 역량을 합쳐 웨어러블 기기 활용도를 높이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이오닉이다. 자체 OS를 탑재하고 써드파티 앱을 지원해 핏빗 사용자 경험을 확대했다. 단말기가 없이도 사용 가능한 모바일 결제 기능, 음악 저장 기능 등을 추가해 편의성을 확보한 것도 장점이다.

핏빗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피트니스 트래커 기능도 개선했다. 핏빗은 아이오닉을 개인의 건강관리에 사용 가능한 핏빗 코치(Fitbit Coach) 기능을 추가해  운동을 하거나 운동 후 피드백을 제공해 효과적인 운동을 하도록 코치한다. 비용은 월 7.99달러(연 40달러)로 책정해 지속적인 수익 확보 수단도 갖췄다.

핏빗의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을 강점으로 선보인 아이오닉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현재 스마트워치는 시계와 얼마나 유사한 디자인을 가졌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핏빗 아이오닉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비해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또 아이오닉의 가격은 299.95달러로 애플의 애플워치2, 삼성의 기어S3와 비슷해 소비자가 핏빗의 고가 제품을 구매할지는 미지수다.

스마트워치 시장 자체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애널리스티(CA)는 "전통 시계 시장이 쇠퇴하고 웨어러블 기기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스마트워치 제조업체가 고급형 모델을 많이 출시함에 따라 스마트워치 시장의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워치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핏빗 역시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핏빗은 아이오닉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차기 단말기에서 기능을 개선하면 하이엔드 제품으로 전환이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 스마트워치 시장 전망.출처=카날리스 애널리틱스(CA)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17에서는  글로벌 업체 필립스와 마이크로소프트, 핏빗, 화웨이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피터 노타(Pieter Nota) 필립스 퍼스널 헬스부문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디지털 헬스의 최전선에서 (At the forefront of digital health)’이라는 주제로, 제임스 박(James Park, 한국명 박범진) 핏빗(Fitbit) CEO는 '다음단계의 상호작용 : 건강과 웰빙의 미래는 웨어러블 기기(The next level of Interaction : The future of health and wellness is wearable)'라는 주제로 개인의 건강관리 기구로 발전한 웨어러블 기기를 조명했다. 두 업체 모두 개인용 헬스 케어 솔루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에서 앞으로 전자업계는 건강 관련 시장은 어떻게 성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IFA2017 현장사진.출처=IFA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