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재성 기자

일상가젯 - 나와 그 물건에 얽힌 그저 그런 이야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 가을에 책을 읽어야 하지? 겨울에 난로 앞에서 읽으면 더 꿀일 듯한데. 봄이나 여름엔 책 읽으면 안 되나. 차라리 가을을 출사의 계절이라 하고 싶다. 선선하고, 미세먼지 없고, 하늘 높고, 단풍이 운치있고. 가을엔 사진이다.

가을은 지름신이 찾아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카메라 지름신 말이다. 잠깐.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카메라를 왜 사지? 아이폰으로 찍으면 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동일할지 몰라도 폰카메라와 진짜 카메라가 주는 경험은 그 결이 완전 다르니까.

▲ 사진=노연주 기자

사진을 찍는 경험은 폰이 아닌 카메라로 완성된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쉽게 말하면 찍는 맛이 다르다.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응시하며 다이얼을 돌려가며 노출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면 기계식 셔터음이 찰칵. 그 감성을 사랑한다.

 

필름카메라 느낌 그대로

출사의 계절을 앞두고 내가 택한 카메라는 X-E2S다.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다. 후지필름 제품답게 아날로그 필름카메라가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클래식, 아날로그, 레트로 같은 표현을 몽땅 가져다 붙이기 좋게 생겼다. 상단 다이얼 디테일이 끝내준다.

단단한 인상이며, 실제로 다이캐스트 마그네슘 소재라 단단하다. X-E2S를 들고 다니면 주변에서 그런다. “그거 필카야? 예쁘다.” 몸집만 크고 못생긴 DSLR이나, 영 폼이 안 나는 컴팩트 카메라는 X-E2S 상대가 될 수 없다.

겉모습에 혹해 패션 소품으로 여기는 건 아니다. X-E2S가 찍어내는 사진 역시 사랑스럽다. 필름사진 느낌이 가득 담긴 까닭이다. 필름카메라처럼 생긴 녀석이 필름사진 같은 걸 뽑아준다. 이쯤이면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맞다.

후지필름은 이름처럼 원래 필름회사였다. 80년 넘는 시간동안 필름 노하우를 쌓았다. 사람들이 필름카메라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노하우가 소멸되진 않는다.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에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을 담아 노하우를 살렸다.

▲ 사진=노연주 기자

X-E2S도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를 품고 있다. 특정 필름으로 찍은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주는 기능이다. X-E2S는 11가지 필름의 느낌을 온전히 기억한다. 흑백필름까지도. 많은 사람이 디지털의 편리함에 취해 있으면서도 필름 색감을 그리워하지 않나. 타협점이 여기 있다.

이 카메라의 또 하나 매력은 가격이다. 보디가 60만원대이니 렌즈까지 생각해도 100만원 안팎이면 장만할 수 있다. 괜찮은 신상 컴팩트 카메라가 100만원 돈 한다는 걸 생각하면 비싼 값이 아니다. 충분한 메리트가 존재한다.

폰으로만 사진 찍다가 카메라 하날 장만할 생각인 사람이라면 분명 고민할 거다. 컴팩트, 미러리스, DSLR을 두고. 선택은 자유지만 나 같으면 미러리스다. DSLR보다 휴대성이 뛰어나고 컴팩트보다 확장성에 있어 앞서니까.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확장성의 핵심은 렌즈 교체다. 컴팩트 카메라와는 달리 미러리스는 DSLR처럼 렌즈 교환식이다. 렌즈 교체만으로 완전 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X-E2S의 무게는 350g(보디)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볍다는 DSLR보다도 50g 이상 무게가 덜 나간다.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한테도 꿀리지 않는다. X-E2S는 이미지센서가 APS-C 포맷이다. 미러리스 중 주류를 이루는 마이크로포서드 포맷보다 센서가 큼직해 고품질 이미지를 얻는 데 유리하다. 후지논 XF 렌즈군도 탄탄하고.

AF(자동초점) 잡는 속도도 발군이다. 사람들은 미러리스 카메라의 단점으로 느린 AF 속도를 꼽는다. 성질 급한 사람은 답답해 죽는다. X-E2S는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으로 초점 잡는 데 0.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 사진=노연주 기자

 

후지필름과 가을 보내기

제법 괜찮은 뷰파인더를 장착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미러리스나 컴팩트 카메라 중엔 뷰파인더가 없는 모델이 많다. 오직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고 찍어야 하는데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다. 있어봐야 DSLR 광학식 뷰파인더에 상대가 안 되는 저품질 전자식 뷰파인더이고.

X-E2S엔 236만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달렸다. 선명하고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짓말 조금 보태 가끔은 광학식 뷰파인더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광학식 대비 전자식 뷰파인더의 장점도 있다. 필터 효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후면 디스플레이가 고정형이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처럼 화면을 이리저리 꺾어 셀카를 찍을 순 없지만 아무렴 어떤가. 난 그런 기능을 지원하는 카메라도 써봤지만 화면을 돌려본 기억이 없다. 내겐 불필요한 기능이란 뜻이다.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X-E2S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X-E2S는 기본기도 잘 갖췄다. 초당 7매로 연사 속도가 빠른 편이다. 전자셔터를 이용하면 3만2000분의 1초까지 포착한다. ISO를 5만1200까지 설정할 수 있어 어둠이 무섭지 않다. 파노라마, 다중노출, 아트필터 등을 활용해 크리에이티브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원격 제어도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내 모습도 X-E2S가 바라보는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단 얘기다. 무선으로 폰에 찍은 사진을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고. 올 가을엔 X-E2S와 인생사진에 도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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