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중국 공장이 부품공급차질로 생산을 중단했다. 베이징현대차는 현대차와 베이징기차(北京氣車)가 50대50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북경현대차가 부품대금 미지급으로 부품납품이 지연될 경우, 한국 본사인 현대차가 송금을 하려해도 공동주주인 베이징기차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발생한 부품공급차질은 현대차 중국공장 주주간 의사 충돌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29일 중국 생산공장 4개가 모두 가동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일차적인 원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과 현지 판매 부진이라는 이중고가 겹친 결과다.

현대차에 따르면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지난주부터 베이징에 있는 1~3 공장과 창저우에 있는 4공장의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충칭의 5공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에서 현대차 생산은 완전히 중단된 셈이다.

베이징현대차가 현지 생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것은 판매 감소에 따른 부품업체 대금 미지급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사드보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올해들어 중국시장에서 판매부진도 한 몫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에서 총 50만964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으나, 이는 전년 대비 무려 45.5% 감소한 수치다. 하락세가 심상치않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12만9670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1.2%포인트나 떨어졌다. 현재 기아차의 중국 판매순위는 25위까지 밀렸고 현대차는 12위까지 떨어졌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빠르게 부상하며 현대기아차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현대차가 부품업체에 제대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결국 대금을 확보하지 못한 부품업체가 베이징현대에 부품수급을 중단하면서 생산공장 전체가 멈췄다는 설명이다. 중국 부품업체 베이징잉루이제가 약 189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해 최초로 부품수급을 중단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자동차의 부품은 총 2만개에 달하며 이들은 모두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없으면 자동차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이번 사태를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중국의 뿌리깊은 반한감정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에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지난달 판매량이 전월과 비교해 다소 오르며 업계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던 상황이었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신형 ix35를 비롯해 올 뉴 쏘나타와 같은 신차들도 줄줄이 예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드 배치 문제로 촉발된 반한감정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며, 현대차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주 사드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의 반한감정이 현대차 부품업체를 압박, 사태를 키웠다는 논리다.

문제는 사태해결에 필요한 시간이다. 2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가운데, 현재 문재인정부는 성주에 추가로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내 반한감정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으며, 현대차의 중국 생산공장 재개도 기약없이 길어질 수 있다. 보복이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였던 시기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시 여파로 중국에서는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으며,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의 도요타는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받아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차가 실적부진으로 인해 부품납품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룬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베이징기차와 50대50 지분구조만 아니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베이징현대차가 이번 부품공급차질 문제를 조만간 해결할 것이고 현대·기아차 총 판매량(약 800만대)의 중국 판매량은 12%수준(약 100만대)인만큼 이번 사태로 인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시 공동출자 방침에 따라 이런 피해가 잦아진다면 중국역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국내 기업에 대한 압박이 하루빨리 멈출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