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20세기폭스, 파나소닉이 HDR(High Dynamic Range)10 플러스 연합을 결성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삼성전자 중심의 HDR10 진영이 구축이 된 상태에서 돌비의 돌비비전과 숙명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TV 제조사와 할리우드 영화사, 콘텐츠 유통사 등 업계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해 HDR10 플러스 생태계 확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내년 1월 HDR10 플러스의 라이센싱 기관을 설립하고 연합 인증 로고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HDR10 플러스 연합 출범. 출처=삼성전자

UHD얼라이언스의 HDR10, 연합결성까지

4K UHD 시대가 도래하며 HDR 기술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V는 물론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디스플레이에도 적용되는 HDR은 영상과 사진의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보정해 명암비를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생생한 화질의 기본은 디테일한 구성요소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에 달렸다. 그 연장선에서 HDR 기술은 4K와 8K로 이어지는 화질경쟁을 넘어 ‘명확한 화면’을 위한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영역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오는 2020년 HDR TV 시청 가구수가 1억700만에 달하며 시청자만 2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향후 5년 안에 북미 시장에서만 전체 TV의 25%가 HDR TV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HDR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축이 된 HDR10과 돌비의 돌비비전이 양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열린 CES 2015에서 UHD 얼라이언스를 발족시켰다. 당시 핵심 TV 라인업인 SUHD TV를 중심으로 각 제조사들이 연합해 UHD 기술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와 파나소닉, 소니 등이 참여했으며 20세기폭스까지 합류했다.

이들이 HDR 표준으로 택한 것이 바로 HDR10 기술이다. HDR10은 영상 콘텐츠 제작의 후반부에 HDR 기능을 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종의 후보정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유럽 디지털영상방송(Digital Video Broadcasting, DVB)자문위원회가 UHD 방송 2단계 규격을 발표하며 HDR10을 채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HDR10 플러스가 등장했다. UHD 얼라이언스의 HDR10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HDR10 기술의 단점을 보완해 영상의 장면별 밝기에 따라 각각 다른 톤의 매핑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최적의 명암비와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기존 HDR10 기술이 콘텐츠 내 가장 밝은 화면을 기준 톤으로 잡는 스태틱 톤 매핑이 적용되어 어두운 화면에서는 조도가 낮아지는 디밍(dimming)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한 장면 내에서도 10개 이상의 기준으로 개별적인 톤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HDR10 진영은 제조사 외 콘텐츠, 배급사들을 합류시키지 못해 외연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아마존과 손 잡으며 세 불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지난 2015년 HDR10을 기반으로 TV와 콘텐츠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 아마존과 협력하며 HDR10 플러스로 만들어진 아마존 비디오 콘텐츠가 조만간 출시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어 UHD 얼라이언스를 꾸렸고, UHD 얼라이언스가 HDR10 플러스 기술까지 빠르게 진격하는 상황에서 HDR만을 중심으로 새롭게 HDR10 플러스 연합이 탄생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파나소닉, 20세기폭스는 모두 UHD 얼라이언스 소속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추종석 전무는 “각 분야에서 홈엔터테인먼트의 선두 주자인 세 회사의 파트너십은 전 세계 가정에서 소비자들이 HDR10플러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조합이 될 것”이라며, “HDR10플러스는 소비자들에게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놀라운 시청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세기폭스 부사장 대니 케이는 “폭스 이노베이션랩을 통해 삼성, 파나소닉과 협업해 영화 제작자들의 비전을 극장 밖에서도 정확히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으며 파나소닉 총괄 디렉터인 유키 쿠수미는 “HDR10플러스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 HDR10 플러스 도입하는 아마존. 출처=삼성전자

숙명의 라이벌, 돌비비전

UHD 얼라이언스에서 시작된 HDR10 진영이 HDR10 플러스 연합으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돌비의 돌비비전과 치열한 전쟁을 벌일 예정이다.

돌비비전은 자체적인 멀티 미디어 강정으로만 현재의 양대산맥 구도를 끌어왔을 정도로 막강한 저력을 자랑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유통은 물론 재생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종합 솔루션을 내세운 상태에서 OTT까지 노리고 있다. 현재 TV를 포함한 홈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돌비비전으로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은 80여 개 이상이다. 돌비 애트모스도 돌비비전의 강력한 우군이다. 영화 ‘핵소고지’가 돌비 애트모트로 믹싱됐으며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은 100개 이상에 달한다.

▲ 돌비로고. 출처=돌비

돌비비전은 HDR10 진영보다 콘텐츠의 숫자가 많다. 최대 밝기가 4000니트인 HDR10 플러스보다 더 밝은 1만니트를 지원해 기술의 표면적 우위로만 보면 HDR10을 능가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다이나믹 메타데이터(Dynamic Metadata)’ 기술을 통해 후보정 기술의 신기원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