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5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총수 부재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가 맞이한 최대의 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런 위기를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착근시켜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방법으로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강한 승부근성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의 계속 확보하면서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위상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켜 삼성의 기업가치를 더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일 이코노믹리뷰에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한 약속인 주주친화경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이를 앞으로도 계속 실천에 옮기겠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발표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2015년 10월에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서, 주주환원, 현금수준, 이사회 구성, 회사구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주주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다섯 가지의 개선된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했다.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것을 비롯,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분기배당, 2018년 이후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지속 개선 등 다섯 가지를 약속했는데 대부분 이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기적 성장과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의 균형적인 추구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주회사 전환은 포기했다.

삼성전자는 또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감안하고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할 계획 등도 발표했지만 외국인 이사 선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외국인 이사 선임을 위한 삼성의 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몇 분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노력했지만 급여 등의 조건이 맞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다운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미 10억원 이상의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은 이사회의결을 반드시 거치고 공시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의 관행에 맞는 제도 정착을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정책방향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총주 장기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성과를 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주환원을 발표한 다음날인 2015년 10월 30일 137만20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계속 올라 이 부회장이 구속된 올해 2월17일엔 187만9000원을 기록했고 이 부회장 재판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 24일 237만6000원으로 올랐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액 61조원, 영업이익 14조665억원, 당기 순이익 11조538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62% 증가한 23조964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나와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문이 매출 17조 5800억원(158억달러) 및 영업이익 8조300억원(72억달러), 영업이익률 45.7%을 발표하면서 24년간 반도체 제왕자리를 누려온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종합반도체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인텔의 2분기에 매출 148억달러, 영업이익 38억달러, 영업이익률 25.7%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모두 앞섰다.

이는 ‘깜짝 실적’이 아니라 오랫동안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나선 삼성전자의 저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삼성전자가 이제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1인의 존재유무에 좌우되는 기업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경영체계를 갖춘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을 뿌리부터 바꾸기 위해 조직의 전열을 가다듬고 인수합병과 현장경영, 글로벌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지휘하는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이끈 후쿠다 전 고문이 던진 ‘리셋’이라는 화두에 집중해 그 결과물로 지난해 3월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쳐 혁신'을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는 대변화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는 삼성의 강한 승부근성을 살리는 새로운 DNA로 각인되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간 예스코일렉트로닉스, 조이언트, 애드기어, 데이코,비브뱁스,하만 등의 기업을 인수해 삼성의 차세대 먹을거리도 하나둘 확보했다. 비브뱁스의 경쟁력은 갤럭시S8에 탑재된 인공지능 빅스비로 만개했다.

이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음으로써 삼성의 변화, 기업인수합병은 고비를 맞이했다. 전문 경영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글로벌 기업 오너 커뮤니티 접촉을 통한 통찰력을 확보할 길이 차단됐다. 이는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에게도 큰 손실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은 이런 위기를 근본을 지키는 것으로 극복하려는 태세다. 다시 말해 투명한 경영, 주주 중심 경영전략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정착함으로써 삼성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기적 성장과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기본 원칙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경유착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린 새로운 삼성전자가 출발선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