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메이커스> 데이비드 에반스·리처드 슈말렌지 지음, 이진원 옮김, 더퀘스트 펴냄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는 단면기업(單面, Single-Sided)이다. 아침식사용 시리얼인 그래놀라를 납품받아 고객에게 판다. 고객은 납품업체가 아닌 홀푸드에 대가를 지불한다. 반면, 식당예약사이트인 오픈테이블에선 고객과 레스토랑이 직접 상호작용한다. 오픈테이블은 양측을 중매하는 매치메이커(Matchmaker)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이 같은 매치메이커의 개념을 확대해 알리바바,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애플, 구글, 텐센트 등 다면 플랫폼(多面, Multisided Platform)에 대해 집중 설명한다. 다면플랫폼은 두 개 이상의 고객 집단 간 상호작용을 이끌어냄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뜻한다. 이들 유형의 매치메이커는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한데 뭉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실의 플랫폼 혹은 가상의 플랫폼을 제공한다.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고, 때론 한 기업의 고객을 다른 기업의 고객과 매칭해줌으로써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들 매치메이커가 어떤 집단의 멤버에게 파는 것은 다른 집단의 멤버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다.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는 ‘연결성’과 ‘접근권’을 파는 이들 매치메이커가 바로 경제의 실세이다.

저자들이 꼽는 다면플랫폼의 성공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얼마나 많이 연결되는가보다, 얼마나 큰 가치와 연결되는가가 중요하다. 일례로, 일반적인 기업은 한 집단의 고객만 만족시키면 되지만, 다면플랫폼 기업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둘 이상의 다양한 고객 집단을 각각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고객 집단이 스스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끔은 수익에 기여하지도 않는 고객 집단에 보상이나 가치를 제공해줘야 할 때도 있다.

둘째, 매치메이커로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하는 고객들의 ‘마찰(Friction)’을 줄이도록 세심하게 플랫폼을 설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마찰’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비용이나 장애물, 혹은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이나 불만을 의미한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이 마찰을 제거하는 데 영리했다. 알리바바가 성공한 가장 큰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중국 유통시장이 미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문제가 아니던, 중국만이 가진 ‘신뢰와 소통’이라는 문제(마찰)를 제대로 발견하고 해결하면서 진화해나갔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판매자들과 중국 안팎의 구매자들을 연결할 때 들어가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처음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매수자와 판매자의 임계량을 쌓기 위해 서비스가 공짜로 제공됐다. 기업들은 알리바바에서 자체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받았다. 매수자들은 판매기업의 웹페이지에서 기업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입 기업들은 거래 제안을 알리바바 사이트에 직접 올릴 수도 있었다. 알리바바는 매수자와 판매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비즈메일이라는 이메일 서비스와 비즈클럽이라는 공동대화방서비스도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두 집단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상당한 마찰을 줄였고, 새로운 B2B 시장의 점화를 도왔다.

반면에 어떤 매치메이커는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마찰’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정의하질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어떤 마찰은 줄여봤자 그리 많은 가치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국인들은 몇 초 만에 어렵지 않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다. 결제 시간을 단 1초 아끼기 위해 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하는 건 힘들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모바일 결제의 이점을 열렬히 홍보했지만 실패했다. 애플조차 애플페이를 미국에서 통용시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셋째, 임계량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매치메이커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임계량(Critical Mass)’, 즉 플랫폼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참여자들을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플랫폼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소위 불량 참여자들을 관리하고 신뢰를 쌓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매치메이커는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가치와 이익을 창조해낼 수 있는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저자들은 매치메이커들의 황금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래에는 더 많은 다면플랫폼, 즉 매치메이커가 등장할 것이란 주장이다. 매치메이커는 이미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경제 현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