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관련 행사나 한복을 전면에 내세우는 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흔히 한복 입은 사람들을 궁 안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궁이 아닌 다른 장소에 방문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복을 입고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시도하는 활동이 바로 궁 나들이라 새로운 곳에 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한복 나들이가 한복 여행으로 관점이 확대됨에 따라 지역과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금은 확실히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몇 년 새 -굳이 기준을 세워보자면 경복궁에서 한복 착용자 무료 입장이 시작된 이후부터- 사람들은 한복 입은 10~20대를 많이 만나게 됐다. 2014년도 후반~2015년에 한복을 입고 궁을 찾았던 사람 대다수는 여성이었고, 그들은 예쁘고 저렴하게 한복을 대여해주는 한복집을 수소문했다. 한복 대여점은 궁과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5년 초 경복궁 근처 한복 대여점은 두어개에 불과했지만, 2015년 말과 2016년에 들어서면서 50여개가 넘게 생겨났다.

SNS를 통해 초기 한복문화를 향유하던 소수 일반인의 멋진 한복 화보를 본 많은 20대들은 열광했다. 상업적으로 한복을 알리려고 입은 사람도 아니었고, 어떤 업체의 후원을 받은 경우도 아니었다. 그리고 사진 속 한복은 ‘생각보다’ 매우 아름답고 예뻤다. 2014년 말~2015년 초만 하더라도 한복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인터넷 한복 동아리들은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괜찮은’ 한복을 입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통해서 알음알음 한복을 맞추거나 대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전통한복을 한 벌 맞추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했으며, 당시 인기몰이를 한 C사의 철릭원피스와 허리치마는 상당히 고가였다. 사람들은 한눈에도 예뻐 보이는 한복에 열광했지만 비용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때, 한복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기 시작했다. 좀 더 낮은 비용으로 한복을 대여할 수 있는 곳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에 품질은 상관없이 C사의 스타일을 모방한,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여러 여성카페 등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캐치한 일부는 한복 대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직접 철릭원피스와 허리치마를 만들었다며 자랑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동시에 한복을 만들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철릭원피스와 허리치마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각종 한복 커뮤니티에서 디자인 저작권과 표절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그래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한복 담론이 시작된 셈이라 의미 있다. 전통한복뿐 아니라 개량한복과 생활한복 키워드 검색의 급증, 더불어 한복진흥센터에서는 ‘신한복’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2014년을 시작으로 2015년, 2016년을 지나 2017년 지금까지도 한복 대여업은 성행 중이다. 실제로 얼마 전 경복궁 근처 한복 대여점에 찾아가 보니, 한국인뿐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온 손님들이 한참 한복을 고르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와서 우산을 써야 했는데도 말이다. 3년 새 급작스럽게 한복 대여업은 성장했지만, 수익은 그 전에 비해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여 비용이 최소 1/5 수준으로 확 낮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별 대여이기 때문에 더 저렴해진 느낌도 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손님을 받아야 운영을 할 수 있었던 대여점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한복을 구비해놓으려고 애썼다.

고급스러운 한복이라고 일컬어지는 실크한복은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렴하게 구매해 갖추어 놓을 수 있는 오래된 한복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최근 ‘짝퉁한복’이라고까지 명명하고 있는 링 속치마에 화려한 문양과 마구 뒤섞인 복식으로 만들어진 한복(?)들이 그렇다. 이는 오래 전에 폐업한 한복집에서 흘러들어온 상품이기도 하고, 20여년 전 돌잔치 한복과 퓨전한복이라고 명명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그러한 제품들을 제작해온다.

화려하고 번쩍이기 때문에 최근에 만들어진 새 한복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 스타일은 꽤 오래 전에 출시한 것이 분명하다. 소박하고 배색 중심인 한복과 화려하고 장식 요소가 많은 두 한복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아무래도 후자가 눈에 띈다. 그래서 많은 방문자들은 후자의 한복을 고른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동남아시아 전통 복식은 과거 금, 은사에 따라 등급이 정해졌기 때문에 화려한 것이 좋은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그러한 한복을 골라 입는다.

최근 어떤 것이 ‘진짜’ 한복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더불어 형태상 이것이 ‘한복’인지 다른 나라의 옷인지 헛갈리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지자체 조례나 국회법률안, 법안 등 비공식적인 분야에서조차 한복에 대한 정의를 각기 다르게 내리고 있어 앞으로 혼란은 더 확대될 것이다. 한 축은 젊은 사람들이 입는 한복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전통한복이 아닐지라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반대 축에서는 국적불명의 옷들을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기사에는 무엇이 그들이 말하는 ‘진짜 한복’인지 말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알고 싶다. 무엇이 ‘진짜 한복’인지. 어디서 어디까지를 ‘한복’이라 말할 수 있는지. 과연 ‘한복’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