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주(현 글롭벌투자책임자)가 네이버 보유 주식 11만주를 매각한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 창업주가 22일 종가 76만7000원에서 3% 할인된 74만3990원으로 시간외매매, 즉 블록딜을 했다고 밝혔다. 총 818억3890만원어치며 이로 인해 이 창업주의 네이버 지분은 기존 4.64%에서 4.31%가 됐다.

이 창업주는 21일 블록딜을 시도했으나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해 실패했다. 하지만 22일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이해진 창업주. 출처=네이버

이 창업주의 블록딜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를 준 대기업으로 규정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면 동일인(총수)을 특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데,  동일인은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 즉 오너가 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자산이 5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는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창업주는 지난 14일 공정위를 방문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총수 지정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여지가 있으나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은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네이버는 "이 창업주는 지분이 4% 수준에 불과해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행보는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창업주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한편 이 창업주를 총수로 규정한다는 뜻을 공고히 한 상태다.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는 이 창업주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이 창업주의 블록딜은 공정위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갑론을박이다. 먼저 네이버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선정은 물론 이 창업주의 총수 규정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창업주의 지분은 낮지만 사실상 네이버의 임원 인사를 비롯해 중요한 대소사를 챙기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나아가 네이버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심심치않게 '갑질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규제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창업주의 지분이 4%에 불과하며, 의장직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만 추진하는 현재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국내의 일반적인 대기업과 달리 네이버는 족벌경영, 과도한 권력남용 등의 문제가 없다는 점과 라인과 스노우 등이 100% 자회사로 운영되는 등 투명한 경영환경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 창업주가 총수로 규정되면 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버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2의 이해진을 양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ICT 기업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가 극에 달했다는 주장이 배어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마찬가지지만 이해진 창업주도 대표가 아닌 의장으로 직을 유지한 이유는 조직이 쉽게 외풍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ICT 기업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 창업주의 블록딜 배경에 대해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는 것을 두고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자세한 코멘트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