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비용과 가격으로 차별성을 두던 저가항공사의 항공운임이 대형항공사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저가항공사는 대형항공사와 비교해 최대 9.5%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초 부터 진에어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저가항공사들이 항공운임을 인상 시켰다. 지난해말 기준, 2012년과 비교하면 최대 26배이상 영업실적이 올랐음에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인상은 항공권 가격이 2012년 이후 동결되어 왔으며,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인상이라고 밝혔다.

 

▲ 항공사별 김포-제주 항공권, 서비스 가격 비교(성수기, 주말할증). 자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김포-제주, 성수기엔 저가항공이 가격 추월해

지난 8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7개 항공사의 김포-제주 구간 성수기 항공권 가격을 조사한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각각 11만3200원과 11만9200원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5개 저비용항공사가 최소 10만1200원에서 최대 10만4100원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상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서비스를 포함한다면 저가항공사가 대형항공사에 비해 오히려 비싼 경우도 생긴다. 대형항공사는 무료 위탁수하물 제한이 20kg까지 제공되며 사전좌석지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무료 위탁수하물 제한이 15kg에 불과하고 사전 좌석지정 서비스 또한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좌석지정 서비스는 좌석당 7000원~1만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만약 저비용항공사의 앞 좌석 또는 비상구좌석으로 사전좌석지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총 수하물 무게가 20kg이라고 가정할 경우 1만7000원~2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이에 최종 요금은 최소 11만1200원에서 최대 12만3900원으로 높아진다. 대형항공사보다 최소 1.4%에서 최대 9.5% 비싼 항공권을 구매하는 셈이다.

협의회 측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여행객의 경우 대부분 이상 일정이 많아 수하물 무게가 꽤 나가게 된다”며 “사실상 가격 역전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12년 대비 2016년 각 저가항공사별 영업이익. 좌 2012년, 우 2016년, 각사 사업보고서 기준. 자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영업이익 최대 26배 증가에도 요금 인상?

저가항공사들은 최대 26배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 불구하고 올해 초 진에어를 시작으로 대부분 항공사의 운임료를 인상했다. 7개 저가항공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12년 대비 최소 76.9%에서 최대 2623.4% 증가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은 각각 2623.4%, 260.8%, 817.9%로 증가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97.3%, 76.9% 증가했다.

협의회 측은 항공사들의 영업이익 증가는 이용객 수가 늘고 유류비는 감소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2012년 대비 2016년의 인천공항을 제외한 각 공항의 이용객이 약 2,280만 명 증가하였는데, 이 중 대형항공사 이용객은 각각 3.5%, 17.7% 증가한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약 70%~172% 증가했다.

또한 2012년~2014년 배럴당 약 120달러 수준이던 항공유 가격이 2015년 이후 약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감소하였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약 44%에서 2016년 약 24%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다른 항공사도 2012년 40%대에서 2016년 20%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유류비 감소가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저가항공사는 가격 인상이 2012년부터 동결된 항공권 가격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2012년 대비 2016년의 항공사 영업이익 증가율은 최대 2600%를 넘는 상황에서 항공권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올해 초 진에어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항공사가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격담합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어 “저가항공사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고 있다”면서 “항공당국과 경쟁 당국은 항공사들의 가격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들은 저비용항공사가 낮은 가격에 항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가격 비교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항공사별 김포-제주 노선 요금 및 인상 현황. 유류할증료·공항이용료 제외.(단위 : 원) 자료=위성곤 의원실 '항공사별 항공운임 인상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