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물건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길 고양이 중에도 꼭 최종 보스 같은 녀석이 있지 않나. 마우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몸집이 산만한 거대 마우스 하나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다른 마우스들과는 달리 늠름한 자태로 우뚝 서있는 이 마우스. 정체가 뭘까?

 

우량아구나?

스파타 – 안녕. 내가 그런 얘기 좀 듣고 살지. ROG(Republic of Gamers)라고 알아? 에이수스(ASUS)의 게이밍 브랜드! 나 거기 출신이거든. ROG 게이밍 마우스 중 최상위 모델이지. 이름은 스파타(SPATHA)야. 로마 정규 기병이 사용한 검 이름이 스파타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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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서있는 거니?

스파타 – 도킹 스테이션! 여기에 날 얹어 놓으면 충전이 가능해. 자석으로 탈부착하는 방식이라 간편하지. 평소엔 거치대로도 사용할 수 있고. 너의 컴퓨터 책상에 내가 서있는 모습을 상상해봐.

무섭군. 그런데 웬 충전?

스파타 – 난 유·무선 겸용이야. 다른 마우스처럼 케이블로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건 물론 무선 연결도 가능해. 가끔 게임할 때 케이블이 걸리적거리지? 무선이면 그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지. 컴퓨터 책상도 훨씬 깔끔해 보일 테고.

▲ 사진=노연주 기자

옆에 무슨 버튼이 그렇게 많니? 키보드도 아니고.

스파타 – 날 사용하는 게이머는 12개 버튼을 운용할 수 있지. 측면에만 6개 버튼이 있고. 모든 버튼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원하는 기능을 넣을 수 있다는 얘기지. 이 버튼은 활용하기 나름이야. 난 유저들이 한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역할이고.

마우스는 DPI 수치를 높게 설정할 수 있어야 좋은 제품이라던데.

스파타 – 난 민감도를 8200DPI까지 설정할 수 있는 레이저 센서를 품고 있지. 마우스로서 얘기하자면 꼭 최대 DPI 수치가 높아야만 좋은 건 아니야. 초고감도 유저가 아니라면 말이지. 난 상단에 달린 DPI 클러치 버튼으로 2단계 DPI 조절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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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면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스파타 –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다른 게이밍 마우스는 4~6단계로 조절되니까. 생각해보면 내가 더 합리적이지 않아? 게임 상황별로 DPI 수치를 바꿀 때 2단계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4단계가 넘는다면 신속하게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지 않겠어?

맞는 말이네. 조명 색깔도 바꿀 수 있니?

스파타 – 기본 옵션 아니겠어? 컬러는 1680만가지 중에 고를 수 있어. 조명 효과도 넣는 게 가능하지. 조명 튜닝을 3가지 영역으로 나눠서 할 수 있으니 자유도가 높아. ROG 다른 제품군과 조명 효과 동기화도 가능하고.

▲ 사진=노연주 기자

튜닝은 어떻게 하는데?

스파타 – 전용 소프트웨어가 있지. 아머리 대시보드! 참고로 세팅 값은 내가 기억할 수 있어. 다른 컴퓨터에 날 연결해도 설정이 유지된다는 얘기야. 온보드 메모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

똑똑하구나.

스파타 – 소프트웨어로만 튜닝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난 3D 프린팅 친화적으로 설계됐어. 무슨 얘기냐고? 그립감을 좌우하는 측면 파트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교체할 수 있다는 뜻이지. 패키지에 보면 기본이랑 종류가 다른 옴론 스위치가 들어있어. 이것도 원하면 교체 가능하고. 케이블도 고무랑 패브릭 2가지가 기본 세트니까 원하는 걸로 골라서 사용하면 돼.

▲ 사진=노연주 기자

또 특이한 부분은 없니?

스파타 – 날 뒤집어서 밑면을 봐. 다른 게이밍 마우스랑 다르지? 견고한 마그네슘 알로이 섀시야. 남들보다 튼튼한 이유! 사람으로 치면 하체가 튼실하다고나 할까.

대화는 이 정도로 맺고 같이 게임이나 하자.

스파타 - ㅇㅋ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풍채가 예사롭지 않다. 보는 순간 압도당한다. 최종 보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 정도면 로지텍 G900 같은 마우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을 듯하다. 그립감도 괜찮다. 엄지 부위에 있는 마야 패턴 고무그립이 손가락을 반쯤 고정상태로 만들어준다. 승차감이 뛰어난 고급 세단 느낌이랄까. 움직임이 날렵하진 않다. 몸무게가 178.5g에 달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아령’이라고도 하더라. 고급 마우스에 있는 무게추 옵션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벼운 마우스를 선호하는 유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게임을 해보면 내 손이 마우스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사이드 버튼은 손에 잘 익지 않지만 익숙해진다면 승리를 위한 나만의 필살기가 될 수도 있겠다. 마우스 치고는 비싼 20만원대. 특별한 마우스를 원하는 게이머에게 제격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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