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과 스페인 테러에 대한 우려 등 악재를 만나 1% 넘게 하락했다. 악재 돌출에 따른 것이라지만 신(新)고가 기록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기술적 반락이라는 설명과 대폭락의 불길한 전조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7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74.14포인트(1.24%) 하락한 2만1750.7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하루 1% 이상 하락한 것은 64 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8.10포인트(1.54%) 낮은 2430.0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3.20포인트(1.94%) 내린 6221.91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내림 폭을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로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국 경제의 건강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데다 장기상승에 따른 하락 심리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단 해체 등이 그의 친성장 및 친기업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설명했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밴 차량이 보행자들을 향해 돌진한 테러가 발생해 1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것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혼조세를 보여 투심을 살리지 못했다.
이처럼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공포지수도 급등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33% 급등한 15.65를 기록했다.
데이비드 쉬골라이트 US뱅크프라이빗자산운용 전무이사는 마켓워치에 “시장은 몇 달 동안 주식 매도 빌미를 찾고 있었다”면서 “최근 워싱턴에서 나온 정치적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혁안이 위험에 처할 리스크를 추가하며 이것이 주식시장에 가해지는 근본적인 타격”이라고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S&P500종목 중 52주 저점을 찍은 종목수가 52주 고점을 찍은 종목보다 많다며 주가 대폭락을 뜻하는 '힌덴부르크의 저주'가 복귀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S&P 구성종목 중 기술업종이 근 2% 하락하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에너지와 금융, 헬스케어, 소재, 통신이 각각 1% 넘게 하락하는 등 전업종이 내림세를 나타냈다.
경제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1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자수청구자 수는 40년 사이에 최저치 수준으로 감소해 고용시장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1만2000명 감소한 23만2000명(계절 조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4만명을 밑도는 것은 물론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7월 미국 산업생산은 6개월째 증가세를 보였지만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7월 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0.2%(계절 조정치), 1년 전에 비해서는 2.2%가 각각 증가했다. 전월비 증가율은 시장 조사치(0.3% 증가)를 밑돌았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지수는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역시 전달보다는 내렸다. 8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지수는 전월의 19.5에서 18.9로 내렸다. 시장전망치치는 16.0이었다. 7월 경기선행지수는 0.3% 상승, 시장전망치와 일치했다.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분기 순익과 매출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주가는 1.6% 내렸다. 월마트는 2분기 순익이 29억달러(주당 96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8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팩트셋 예상치 1.07달러를 웃돈 것이다. 매출은 1234억달러로 팩트셋 조사치 1228억 달러를 웃돌았다.
중국 전자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실적 호조에 2.8% 상승했다. 알리바바는 회계연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25억8000달러(주당 83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17달러로 팩트셋 예상치 93센트를 웃돌았다. 매출도 74억달러로 팩트셋 예상치 71억2000만달러를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