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간암 위험군인 간경화 환자에게서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주목된다.

▲ 국내 연구진이 간경화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로를 밝혔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연세대학교(노원상·한광협 교수) 연구팀이 간경화가 진행된 간에서 활성화돼 있는 티지에프-베타(TGF-β) 신호가 간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최근 규명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간 손상이 일어나면 염증과 함께 간에 섬유화가 유발되는데 간 섬유화가 더욱 심화되고 간 기능이 소실된 상태를 일컬어 간경화라고 한다.

간경화 환자에게서 5년 내에 간암이 발생하는 비율은 10~30%로 매우 높다. 이 때 TGF-β 신호는 간경화를 일으키는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간경화 환자에게서 대부분 활성화돼 있다. TGF-β란 세포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로 암 발생 후기 시점에 암세포의 조직침투와 전이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연구에서 TGF-β 신호는 암 발생 초기에 암 억제 기능을 해 종양 초기단계에서는 비활성화 되는 경우가 많고 암 발생 후기에는 이것이 활성화되면서 암세포의 조직침투 및 전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달리 활성화된 TGF-β 신호가 암 발생 초기부터 간암 생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양 발생 초기시점부터 TGF-β 신호는 활성화되어 스네일(Snail)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증가된 스네일 단백질은 간세포의 종양 세포화를 유도하며 세포의 성장을 증식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네일(Snail) 유전자란 상피세포의 특성을 감소시키고 간엽세포의 특성을 갖게 하는 유도인자다.

연구팀은 유전자조작 기법으로 P53(암 억제 유전자)과 종양 발생을 유도할 수 있는 히포(Hippo) 신호 기능이 결여된 간암 발생 생쥐 모델을 제작한 뒤 TGF-β의 신호경로를 차단하거나 스네일 발현을 억제했을 때 간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간암조직 유전자발현 패턴을 분석하고 인간 간암세포의 조직배양 실험을 통해 생쥐 모델에서 나타난 TGF-β와 스네일 유전자의 종양유발 효과가 인간의 간암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노원상 교수는 “이 연구는 TGF-β 신호경로가 특정 유전적 환경의 간에서 어떻게 종양생성을 유도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며 “향후 TGF-β나 스네일 유전자를 표적해서 간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임상 적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소화기학 및 간장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7월 20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