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도 무역에서 매년 8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하는데 특이하게도 제약부문에선 오히려 6000만달러 이상의 적자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다들 ‘인도가 뭔 제약 산업?’ 하는 반응이다. 사실 한국의 제약 산업은 인도로부터 상당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중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 다음으로 높다. 더구나 이들 선진국으로부터 수입은 갈수록 조금씩이라도 줄어드는 반면 인도로부터 수입금액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한국 제약 산업은 원료의약품 생산 세계 3위인 인도에서 원료를 수입하고 일부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서 경쟁하면서도 협동하는 이른바 코피티션(Co-petition)의 관계를 맺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인도 제약 산업이 원료의약품 3위, 의약품 수출 10위에 오른 것은, 제약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의 풍부함은 물론 자질의 우수성이 확보되었고 또한 의약품 개발의 근간이 되는 기초 화학분야의 발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 인력이 영어구사 능력을 보유한 것도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로 인해 산업도 성장할 수 있었다. 아무튼 제약 산업은 탁월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기술기반 산업인데 인도는 이에 적합한 성장배경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인도의 의약품 수출은 2016년 116억달러로 독일, 스위스, 미국 등 선진국과 경쟁할 정도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은 무려 연 1700억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굴뚝 하나 없이 지식기반 인적자원만으로 이루어지는 기술기반 신(新)산업이다. 신산업은 잘 알려진 제약과 소프트웨어 산업에 그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에 이르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의 경쟁력을 비탕으로 2015년 18조원에서 2020년 100조원 시장규모로 전망되는 e커머스의 가파른 성장과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고용 증가는 엄청나다. 직접 고용만 해도 2012년 2만3500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2021년엔 1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커머스는 기반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고급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물류와 고객서비스 등에서 단순 기능직과 여성채용을 유발하는 등 고용 형태에서도 사회·경제 생태계 구조를 개선하는 순기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신산업 패러다임을 기술기반의 ‘착한 산업’이라고 부른다.

인도 벵갈루루 도시에 세워진 최초이 IT파크의 전경. 출처=김응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가에선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에 치우친 경제성장이 있는데 그러한 사회·경제 생태계에선 사회의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소득은 소비시장의 질적 성장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계층의 균형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기술기반 신산업에선 노동집약적 산업보다 월등한 소득을 분배할 수 있는 사회·경제 생태계를 만든다. 지금 인도의 거대한 내수시장은 절대적이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기술기반의 ‘착한 산업’에서 생성되는 양질의 소득계층이 밑바탕이 된 건전한 소비성장이 떠받치고 있다. 그 결과로 지난 7월엔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스마트폰 현지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는 공장 증설에 나선 것이고 기아자동차는 안드라프라데시에 공장 진출을 결행한 것이다.

최근 포스트 차이나, 인도를 염두에 두고 인도로 제조업 근거를 옮기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업종이 엘도라도인양 인도로 이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임금 구조의 제조업을 탈피하지 못한 산업에서는 인도는 그다지 긍정적인 이전 대상지가 아니다. 인도가 가장 최적의 ‘포스트 차이나’가 된다는 것은 인도 그 자체에 생산은 물론 소비가 실현될 수 있는 거대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선 꼽히는 것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취해 세계시장을 겨냥한 수출전진기지로 부각된 베트남 등과 다르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가 떠오른 지금, 기술기반 신산업이 일어나는 인도의 경제 생태계에 대한 이해는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우리 기업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필자가 줄곧 주장하는 인도 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가치의 창출(GVC)이며, 그중에서도 ‘Skill India’라는 국가정책 속에서 길러지는 기술기반의 인도 인적자원을 활용한 신산업 모델에 주목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