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이라는 기술로 유명하지만, 사실 닌텐도의 IP(지식재산권)와 나이언틱의 증강현실이 LBS(위치기반서비스)와 만나 파괴적인 시너지를 자랑했습니다. 삼위일체. 이 중에서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포켓몬고의 성공은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증강현실만 제공하는 앱들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포켓몬고의 경쟁력을 설명할 수 없으며, IP는 2D와 3D에서도 매끄럽게 구현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입니다. LBS는 O2O 기업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LBS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카카오 모빌리티를 출범시킨 카카오가 기본적으로 O2O 플랫폼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옵니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LBS는 단순 수수료 이상의 고차원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택시가 서울 종로거리를 지날 때 인근 식당의 프로모션 쿠폰이 비콘으로 이용자의 단말기에 날아든다면? 혹은 빅데이터를 수집해 특정 이용자가 카카오택시를 통해 동일한 구간을 반복해 지나간다면 그 패턴을 이용해 제3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이라는 기본적인, 그러나 상당히 재미있는 기술적 우위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IP를 콘텐츠로 삼아버렸고, 이를 통해 LBS를 활용한 서비스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나이언틱 입장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단기간에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은 콘텐츠, 즉 IP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증강현실이야 포켓몬고의 근간인데다 LBS는 나이언틱의 영업력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3일 나이언틱이 미국 시카고에서 '전설의 포켓몬'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은 포켓몬고와 아웃도어의 상관관계입니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아웃도어, 즉 야외활동을 전제로 삼는 포켓몬고가 대대적인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본 사람은 없어요. 최초 포켓몬고가 등장했을 당시 많은 이들이 열광했으나 곧 인기가 사그라든 이유입니다.

처음이야 야외에서 포켓몬고를 잡는 것이 재미있지만 나이언틱은 이용자들에게 뚜렷한 목적성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일단 실패했습니다. 생태계를 조성해 SNS에 자랑하고 그 성과를 나누게 만드는 한편 LBS를 이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최초의 화제성 이상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와이즈앱이 16일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포켓몬고 1년이 지난 현재, "그 많던 사냥꾼은 어디로 갔나?"라는 질문이 절로 나옵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포켓몬고가 해외에서 출시되고 많은 국내 사냥꾼들이 속초로 몰려가던 당시 159만명의 이용자가 몰렸고, 올해 1월 정식으로 국내에 출시된 후 무려 719만명이 포켓몬 사냥꾼이 됐습니다. 이후 2월에는 848만명을 찍으며 최고의 순간을 보냈습니다.

▲ 출처=와이즈앱

그러나 3월부터 526만명으로 이용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7월에는 134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정식출시 전인 지난해 7월 159만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포켓몬고의 부진은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지속적인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데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의 핵심층인 1020 세대보다 3040 세대가 점점 포켓몬고 이용자층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포켓몬고의 이용자층을 보면 10대가 46%, 20대가 29%, 30대가 13%, 40대가 11%인 반면 올해 7월 10대는 31%, 20대는 14%, 30대는 20%, 40대는 24%가 됐습니다. 1020 세대가 줄어든 반면 3040 세대의 증가폭이 눈길을 끕니다.

▲ 출처=와이즈앱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포켓몬고의 발현지인 일본의 사정이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포켓몬고의 변화된 이용자를 조명하면서  "운동부족을 해소하려는 중장년층이 포켓몬고를 외출친구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1020 세대가 포켓몬고 그 자체를 목표로 두고 게임을 즐기다가 떠나고 있다면, 3040 세대를 비롯한 중장년층은 일종의 '운동 파트너'로 포켓몬고를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켓몬고의 증강현실은 곧 아웃도어, 즉 '액티비티'를 전제로 삼습니다. 포켓몬을 잡기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사유지 침범도 불사하는 것이 포켓몬고 이용자들 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일본과 국내의 분위기를 보면 포켓몬고의 증강현실이 곧 액티비티한 아웃도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증강현실=아웃도어'라는 전제를 두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짜던, 특히 LBS를 유력한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많은 기업들의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최근 국내기업인 소셜네트워크가 뽀로로 IP를 통해 뽀로로프렌즈라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증강현실과 IP를 접목한 것은 포켓몬고와 같지만, 이를 아웃도어로 풀어내지 않고 LBS를 사실상 포기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예 기본적인 GPS 기능만 넣었다고 합니다. 소셜네트워크 관계자는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앱을 즐기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철저히 집에서만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를 뽀로로프렌즈의 '강점'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뽀로로프렌즈 시연.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지금까지 포켓몬고의 성공에 고무되어 많은 이들은 증강현실의 성공 키워드를 IP와 LBS의 삼위일체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증강현실이 성공하려면 삼위일체가 전제로 작동해 아웃도어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녹아있습니다. '포켓몬고의 조력자는 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특화된 운동화'라는 마케팅 용어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포켓몬고의 흐름과 뽀로로프렌즈의 특화된 마케팅 포인트를 보면 이러한 명제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삼위일체의 LBS까지 진격하기에 아직 증강현실과 IP의 위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증강현실과 IP의 타깃 마케팅이 지금 당장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인 것일까요? 다양한 질문과 답이 교차하는 가운데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습니다. '증강현실=아웃도어'의 공식은 완전하지 않으며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