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제 72주년 8·15 경축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옛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일본에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한반도 문제의 최대 당사자로서 전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외교 노력으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그 핵심이다.

북한과 미국이 '괌 포위사격', '군사적 해법 장전' 등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높아진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낮추고 평화적 프로세스로 국면을 전환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은 미국과도 일맥상통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하고 있지만 미국은 군사해결보다는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州)의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외교가 주도하고 있다"면서"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외교적 접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의 비극은 '파멸적'(catastrophic)일 것이라는 사실 이상의 다른 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며 군사적 충돌의 결과를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광복절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운을 뗀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안보위기를 타개하겠다면서도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면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을 혁신하여 가한 방위력을 구축하겠다면서도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북한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는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구론을 재확인하고 “적어도 북한이 추가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에서도 '추가 도발 중단→핵 동결→대화→핵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포괄적 비핵화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경우 북한의 체제 보장은 물론, 남북 간 경제 교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종전 제안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며,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이 남북합의 상호이해을 약속한다면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 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베를린 선언을 통해 밝힌 대북 제안이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주창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재언급하면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을 통해 군사적 대립을 완화하고 남북공동의 번영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화의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하고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양구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간 신뢰가 싶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역사인식이 일본의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옛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면서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로 일본 정부의 약속이행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