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북한 해법을 모색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을 예고하는 카드를 꺼내 중국 정부가 대북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돌려치기 수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기업의 미국 지적재산권 침해 내용을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독점적인 지적 정보에 대한 누설을 강요 받는 행태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후 기자들에게 "USTR에 중국의 지재권 절취행위 조사를 지시했다. 이는 큰 발걸음이지만 시작일 뿐"이라면서 "글로벌 무역체제로  잊힌 미국인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미국 기업 특허를 포함한 영업기밀 절도와 불법 복제 등을 전방위로 조사하는 것은 물론 중국 정부의 막후지원 여부 등을 파악해 1974년에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따라 보복관세를 일방으로 매기고  기타 통상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  301조 조항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널리 적용됐지만 1995년 분쟁 조정 기능을 갖춘 세계무역기구(WTO)가 창설된 후에는 거의 적용한 적이 없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하는 각종 위조상품과 불법 복제품 등에 따른 지재권 침해규모가 한 해 에 최대 6000억달러(685조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통신회사 퀄컴은 휴대폰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휴대폰 기술에 대한 특허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USTR은 또 WTO에 중국에 대한 범칙금 부과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번 행정명령이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 계획에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무역 전쟁에는 미래도, 승자도 없다”면서 “양측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윈-윈’, 즉 모두가 이기는 것이라고 화 대변인은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추쓰바오(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평(社評)에서 미국이 301조 적용 등으로 무역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역시 무역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환구시보는 "트럼프 정부가 수퍼 301조 적용을 고집한다면, 중국도 이에 대응해 무역보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이 핵과 미사일 도발 등 북한 문제의 해결에서 제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미국이 '채찍'을 집어 든 것이란 해석이 그것이다. 미국과 북한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탓에 이런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북한산 석탄과 수산물 등의 수입을 9월부터 전면금지하기로 하는 등 미국에 성의를 표시했지만 미국은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유엔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2371호 내용의 거의 대부분을 수용했고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이날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히며 북한에 등을 돌렸지만 트럼프는 흡족해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서명은 중국에 대한 경제압박, 무역전쟁의 서막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 해법을 마련하라는 미국의 강력한 주문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대북 압박을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낸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어떤 성의를 표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