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로드맵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의 역사를 새롭게 쓰던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최근 나란히 위기와 직면했다. 불법논란이야 기업 설립 당시부터 나오던 말이라 이제 내성이 생길 지경이지만, 우버는 사내 성추행과 기술유출 등의 이슈로 트래비스 칼라닉 CEO가 물러났으며 에어비앤비는 도처에서 전통 사업자들에게 ‘배척’을 당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입장에서는 우버가 뭇매를 맞을 당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구도를 짜왔기 때문에 최근의 논란이 더욱 뼈 아프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스페인에서 반(反) 관광정서의 주범 중 하나로 부각되며 현지 주민에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강력범죄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게스트가 호스트의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소송전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일본을 여행하던 여성 관광객이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에어비앤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오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만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결과적으로 불행한 일이 벌어졌지만 후속조치에 미흡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와전된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에어비앤비. 출처=픽사베이

에어비앤비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법적인 이슈.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에어비앤비는 각 지역에서 많은 규제를 받는 상황이다. 기존 여행업의 근간을 흔드는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도시민박업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대부분의 호스트는 전문적인 숙박업 종사자와 돈을 벌기위해 오피스텔, 아파트를 빌려 소위 장사를 하는 이들”이라며 “순수한 의미의 호스트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기존 여행업과 숙박업체의 상관관계를 완전히 부정하는 소위 핵폭탄급 이슈다. 다만 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단서도 나오지 않았고, ‘새로운 사업의 등장이 일어난 상태에서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는 반발도 만만치않다. 결국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두 번째는 일본 에어비앤비 성범죄 사건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다. 규제 논란이야 문제를 논의해 풀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스탠스를 갖출 수 있지만 성범죄 사건 등은 ‘일어나서는 않되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더욱 골치가 아프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스타트업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숙박 O2O 성매매 논란, 배달앱 업계에서 잊을만 하면 나오는 일부 배달음식업체의 불성실한 자세 등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모두 온디맨드 사업을 전개하며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바탕으로 소위 중개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중개업을 하며 ‘첫 번째 고객이자 파트너’로 삼는 대상이 ‘진짜 고객’이 아닌, 공급을 책임지는 사업자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숙박업이나 배달업은 이미 있어왔던 사업인 상황에서 온디맨드 사업자들은 고객과의 접점에 자신들을 새롭게 진입시켰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일종의 ‘끼어들기’를 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력자는 모텔이나 부동산 업체, 배달음식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수요는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공급자를 설득해 바닥부터 플랫폼 사업을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일본에서 벌어진 성범죄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분명 있겠지만 에어비앤비 입장에서 게스트 이상으로 호스트도 중요한 생태계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에어비앤비 영업을 하게 되고, 그 중간에서 에어비앤비가 적극적인 제재를 사태 초기에 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다. 쉽게 말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나아가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즉 모든 플레이어를 전수조사해 부적절한 이를 걸러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모든 O2O 플랫폼 사업자의 고민이자 온디맨드 사업자의 영원한 리스크다. 이에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해 일각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기에서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사실 성범죄 이슈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비단 에어비앤비의 문제도, 플랫폼 사업자의 문제도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다.

지난 7월17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현 주오경찰이 한국인 여성 여행객을 성폭행한 30대 일본인 남자를 체포한 일이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본 여행을 위한 민박업체를 운영하던 남성이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 사태와 닮은 구석이 많다. 있어서는 않되는 일이지만, 강력범죄는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에어비앤비=강력범죄의 소굴’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물론 에어비앤비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이 직접 만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텔체인 등과 비교해 강력범죄가 발생할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온라인 쇼핑몰 관련 소비자불만을 분석한 결과 에어비앤비가 ‘불만이 제기된 업체 톱5’에 들어간 부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기에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리스크도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소방법 등의 영향을 받아 안전한 숙소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일반업체와 달리 에어비앤비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온디맨드라는 거대한 흐름을 외면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온디맨드 사업은 확장일로에 있으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의 리프트와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카셰어링 업체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수준이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방어적인 관점에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한편 강력사건 등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만에 하나 벌어지는 문제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또 공격적 관점으로 단순히 ‘거주공간’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 등 외부의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위험하지만,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마땅히 '무너져야 하는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