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대(對)한국 무역수지가 악화돼 FTA를 재협상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가운데 한-미 FTA와 대미 수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3일 ‘한-미 FTA 제조업 수출효과 재조명’에서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는 한-미 FTA 효과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 미국 수출은 지난 2009년 388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716억달러를 기록, 2009년 대비 1.84배 늘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의 김바우 연구원은 “수출에 영향을 주는 다른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FTA발효 이후 무역의 증가를 단순히 FTA의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량 경제학적 분석결과, 수출증가와 한-미 FTA 발효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의 상당 부분은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연관돼있고,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의 일자리를 감소시키기보다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 대미 제조업의 수출성과는 상당부분 경기적 요인에 기인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은 FTA 발효 후 92억달러 증가해 제조업 전체 증가분 179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동기간 미국의 대세계 자동차 수입 또한 791억 증가했고,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4%에서 7.2%로 1.8%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일반기계와 철강, 기타제조업의 수출도 각각 23억달러, 17억달러, 20억달러 증가했다.

▲ 출처=산업연구원

김 연구원은 “자동차와 일반기계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수입수요가 증가한 것이 한국의 수입증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의 관세인하와 한국의 수출증가 상관관계 낮아"

아울러 미국의 대한국 관세율은 지난 2012년 FTA 발효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제조업 평균 관세율은 0.4%를 기록했다. 대(對)한국 관세율은 미국이 FTA 특혜세율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지난해 기준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는 미국이 이미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제조업 분야의 관세를 상당분야 제거했기 때문이다.

▲ 출처=산업연구원

특히 철강과 기타제조업은 FTA 미상정시에도 대한국 관세율 수준이 각각 0.6%와 0.3%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일반기계 역시 이 수치가 2%를 초과하지 않아 FTA의 관세인하 효과가 대한국 수입 증가를 주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대부분 관세인하가 이뤄져서 2015년까지 수출은 관세 대비 인하 영향과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업별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수출이 2011년 대비 각각 144%, 136% 증가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57%, 39% 증가했다.

▲ 출처=산업연구원

김 연구원은 “자동차 수출 증가시점은 관세 인하시점인 2016년에 선행했다”면서 “계량경제학적 분석 또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FTA와 우리수출의 상관관계가 미미함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연구원은 “FTA 발효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 한국과의 교역이 일자리를 감소시키기보다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향후 미국에 통상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