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연상케 하는 말로 충돌하고 있지만 정부의 상황인식은 대단히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국령 괌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과 우리나라 수도 서울 등지에 대한 공격 위협을 ‘내부결속용’이라고 예단해 선을 긋고 있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국방전문가들은 이를 연작처당(燕雀處堂) 즉 ‘처마 밑에 사는 제비와 참새‘에 비유해 편안한 상황에 젖어 위험이 닥쳐오는 줄도 모르고 조금도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질타하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전략군은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화성-12형'으로 괌(Guam)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총참모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의 선제타격 이전에 자신들이 먼저 선제타격을 실시하겠다면서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한국)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 사령관인 김락겸 대장은 10일 ‘화성-12’형에 대해 “일본의 시마네현,히로시마현,고찌현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주변 30~40㎞ 해상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기자들에게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대미문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일에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인 맥매스터 장군은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도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예방전쟁이란 적의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행동하는 조치로서,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저장시설이나 기타 관련시설들을 사전에 파괴해버리겠다는 말이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해졌지만 한국은 조용하다. 안보 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10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레서 “언론을 통해 미국과 북한의 반응을 중계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자제하도록 조언할 뿐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거나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적다”고 꼬집었다.

박 원장은 “북한 총참모부가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한국)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을 실시하겠다면서 한국에 대한 핵공격을 명시하였지만, 한국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고, 전문가들의 토론의 주제로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면서 “ 그들은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이들의 향후 행보를 전망하는 데 골몰할 뿐 한국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연작처당(燕雀處堂) 아닌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 집이 불타는 줄 모르고 불구경하는 참새나 제비와 비슷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박 원장은 북한은 이미 동족인 한국을 공격해 6․25전쟁을 발생시켰고, 다양한 도발을 감행해왔으며 지금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북한의 핵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여 대비에 만전을 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이에 따라 정부는 지금부터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할당하며, 체계적인 로드맵은 만들어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이름으로 특별담화를 발표할 필요도 있다”면서 “북핵 위협의 심각성과 총력적인 대응 없이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북핵 대비의 컨트롤 타워로 지정하고 국방부와 합참의 조직을 북핵 대응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하며 한미연합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당장 탄도미사일방어체제(BMD)를 강화하는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안보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전략을 수립해도 시원찮을 때인데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그저 내부결속용이라고 하고 있으니... ”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교수는 “우리도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펼쳐놓고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와 정교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할진데 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전략을 수립해도 시원찮을 때인데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그저 내부결속용이라고 하고 있으니...”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김락겸이 “이번 괌도 포위사격이 단순히 화성 12형의 시험발사가 아니라 ‘조선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의 미국의 광태를 제지시키는데서 효과적인 처방’이라고 밝히고 있다”면서 “전략군 대변인이 ‘예방전쟁’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참을만큼 참았으니 더는 못참겠다며 미국에 선빵을 날리겠다는 예방타격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이 말폭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러나 저는 이번에도 ‘예, 발사합니다’라고 대답한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이 쏘면 미국이 어찌 나올 것이란 것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하고 “북한은 발사 이후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교한 시나리오,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를 만들어 두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화성 12형을 괌 쪽으로 발사한다면 모든 미사일과 방사포, 자행포 등을 열어 놓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리도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펼쳐놓고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와 정교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할진데 그리 할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북한이 괌도포위사격을 북한 인민들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이라는 대목이다. 그는 “어찌보면 이 문장이 그저 내부결속용 정도로 보일지 모르지만 북한에서 이렇게 공식매체를 통해 발표하는 것은 인민에 대한 약속”이라면서 “인민들에게 공개한 것을 하지 않으면 북한 지도자의 권력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김정은은  이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