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1위 제네릭 기업의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사진=이미지투데이

세계 1위 제네릭 제약사 테바가 위기에 처했다.

테바는 최근 2018년까지 15개에 달하는 제조공장을 폐쇄하거나 판매하고 7000명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몇 달 전 5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한 것에서 2000명이나 더 늘었다.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에는 테바가 앨러간의 제네릭 사업부인 액타비스 제네릭스를 인수하면서 생긴 부채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큰맘 먹고 제네릭 회사 인수했지만, 총 부채 40조원  

테바는 지난해 8월 액타비스 제네릭스를 405억달러(약 45조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 거래에 대해 일부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테바가 큰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테바는 이미 베네수엘라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테바가 보유하고 있던 베네수엘라 통화가 평가절하돼 2억4600만달러(약 2803억원)의 손실을 입은 상태였다.

여기에 액타비스의 인수로 빚은 늘어만 갔다. 물론 액타비스를 인수한 덕도 봤다. 테바의 2017년 1분기 매출은 지난 동기에 비해 17% 증가한 56억달러(약 6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테바의 총 부채는 8월 기준 350억달러(약 40조원) 정도다.

리더십의 부재도 문제다. 현재 테바의 정식 CEO는 공석으로 피터버그 임시CEO가 일시적으로 직무를 맡고 있다. 지난 10년간 바뀐 CEO만 3명이다.

대내외 상황 악화에 주가 '토막'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자 테바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올해 5월 테바가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여성건강 등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 공장과 인력까지 감축한다고 하자 테바의 주가는 토막이 났다. 주당 30달러 이상 꾸준히 유지하던 주가가 20달러 초반 선까지 내려왔다.

▲ 테바의 주가는 연일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출처=구글

이스라엘 정부 "인력 감축 안 된다"

테바가 인력을 감축한다는 초강수를 두자 이스라엘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테바는 1901년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제약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테바에게 일자리를 줄이지 말라고 촉구하면서 필요하다면 현재의 인력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테바는 이스라엘의 가장 큰 고용주 중 하나로 2016년 기준 6863명의 이스라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엘리코헨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테바가) 실패한 해외 투자 때문에 이스라엘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을 필요는 없다”며 “경제부는 테바와 협의해 테바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코헨 장관은 테바가 이스라엘에서 여러 해 동안 세금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국민에 이를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강소기업 성장사례(이스라엘 Teva社)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투자촉진법에 따라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왔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의 경우 위치한 지역별로 2~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거나 법인세율을 인하한다. 외국인투자 비율에 따라 추가 인하도 해준다. 이러한 혜택 덕분에 테바의 실효 법인세율은 2013년에는 3%까지 떨어졌다.

시장 리딩 신약 있지만, 특허마저 아슬아슬

테바는 1999년 매출 규모 13억달러에서 2012년 248억달러로 세계 10대 제약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명성을 높여왔다. 제네릭만 만드는 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꾸준한 연구로 신약도 개발했다.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코팍손’은 테바가 개발한 신약으로 작년 한해 미국에서만 3억479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대표적인 시장 리딩 품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코팍손의 수혜도 머지 않았다. 테바는 지난 2014년 코팍손의 만료예정이었던 코팍손의 특허를 연장하기 위해 여러 차례 소송을 진행했다. 미국 대법원이 2015년 테바의 손을 들어주면서 짧은 기간 특허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올해 2월 미국 댈라웨어 법원은 코팍손과 관련한 4개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댈라웨어 법원에서 테바와 다투고 있는 회사는 제네릭 회사인 밀란(Mylan)이다.

코팍손의 특허 상실 위기로 테바는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데이비드 라이징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테바의 실망스러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특허 만료라는 제네릭 업계의 문제도 있지만 테바가 자사의 파이프라인을 발전시키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테바가 파이프라인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간 불안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테바의 목표 주가를 36달러에서 16달러로 인하했다.

한편 테바는 지난 2013년 11월 한독과 손잡고 합작회사인 한독테바를 설립해 한국시장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