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지난 8일 기준 가입계좌수 200만개를 돌파하며 금융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어요. 대출액은 8000억원을 넘겨 KT가 중심인 케이뱅크처럼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당장 기존 은행업계에서 “우리도 카카오뱅크처럼 만들어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있으며 아직 현실로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카카오뱅크 개발자 모시기’도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매개로 한 카카오 플랫폼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카카오는 포도트리와 스마트 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을 연이어 독립시키며 각개전투 경영철학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 중심에서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역할을 하는 것처럼 카카오뱅크도 ‘카카오의 힘’이라는 큰 그림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미니와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도 결국 카카오톡이라는, 4000만명의 이용자를 가진 강력한 플랫폼 활용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콘텐츠의 포도트리와 O2O 기반의 이동형 스마트 모빌리티를 비롯해 결제 인프라가 움직이는 카카오페이에서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이 핵심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맞아요. 물론 여기에도 이견은 있지만 그냥 넘어가자고요.

다만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톡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카카오톡 아이디로 가입하는 것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맞고,  또 기본적인 활용에 있어 카카오톡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입니다. 

질문을 바꿔볼 필요볼까요?  ‘카카오뱅크의 돌풍 이유가 카카오톡이 존재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물론 역할을 하겠지만 카카오뱅크의 돌풍 이면에는 간편한 사용자 경험, 모바일 기업의 가치가 녹아드는 비즈니스 모델, 여기에 기존 은행권에 대한 반감과 카카오라는 브랜드 가치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야 합니다. 물론 대출수요가 넘어오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어요. 카카오톡이라는 존재는 카카오뱅크 돌풍을 설명하는데 있어 ‘원 오브 뎀(One of them)’에 불과합니다.

원인을 단순화하려는 시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카카오톡의 강력한 잠재력에 심취한 나머지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톡 하나로 설명하려는 논리에는 반대한다는 겁니다.

▲ 카카오뱅크 앱. 출처=카카오뱅크

여기서 따지고 볼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4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파생 사업의 확장성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데,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요?

아직은 제대로 된 플랫폼 전략을 보여주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ICT 기업 중심으로 살펴보려니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보입니다. 최근 배민쿡 서비스를 종료했죠.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야심차게 진입했으나 서비스 개시 3개월만에 접었습니다. 배민프레시 내부로 기능을 끌어와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한 팬덤을 보유한 배달의민족도 스스로의 플랫폼 역량을 적절하게 풀어내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배달의민족이 세운 자체적인 전략의 유연성과 가정간편식 시장 특유의 이슈가 있습니다. 다만 이익이 나고있는 곳은 배달의민족이 유일한 것처럼, 강력한 ‘하나의 플랫폼’에서 시작된 파급력이 파생 플랫폼으로 적절하게 뿌려지지 않고 있는것도 분명합니다.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출처=캡처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슷한 상태입니다. 앱과 앱을 연결해 스타트업의 독특한 경쟁력을 하나로 묶겠다는 옐로모바일도 마찬가지에요. 동양네트웍스 투자건으로 아마추어리즘의 절정을 보여주는 상태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계열사 시너지는 옐로2.0 시대에도 요원합니다. 분명 옐로모바일 군단의 이면을 하나씩 살펴보면 애드테크 기업 퓨처스트림네트웍스나 여행박사처럼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곳이 있지만, 이를 옐로 생태계 전반에 뿌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네이버 정도가 웹과 모바일을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꾸준하게, 그것도 스몰 비즈니스와 기술기반 패러다임으로 극복하는 수준입니다. 물론 가시적이고 뚜렷한 성과가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동일 플랫폼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독립 생태계 구축에 가장 가까워 보입니다.

물론 플랫폼 전략은 하나의 생태계를 목표로 삼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왕 다중 플랫폼 로드맵을 들고 나왔으면 적절한 동반성장이 필수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플랫폼위에 생태계가 등장하고 시너지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의 MCN 시장이 MPN으로 나아가며 멀티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장면은 유심히 지켜볼만 합니다. 

이제는 강력한 콘텐츠가 필요하고, 콘텐츠 역량이 올라왔다면 하나의 플랫폼에 매달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넷플릭스가 만화 출판사를 인수하며 볼륨을 키우는 것은 정반대의 포지션에서 동일한 목표를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랫폼 다각화에 대한 청사진. 누가 성공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기다리고, 또 기다려 보겠습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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