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미국 채권시장에서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5% 금리로 발행한다. 테슬라가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 외에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처음이며 조달된 자금은 테슬라의 양산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최근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성장할 것이라는 ‘밝은 미래’를 부정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테슬라가 ‘반드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확신도 갖기 어렵다. 테슬라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테슬라의 아킬레스건’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의 약점을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 테슬라는 물론 기존 자동차업체들도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향후 배터리 소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테슬라보다 훨씬 재무구조가 좋아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테슬라에게 배터리 소재 조달 경쟁 심화는 단순히 소재 가격 부담이 커지는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소재 공급 지연 또는 소재 가격 인상은 모델3의 생산 차질이나 판매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모델3 배터리 주요 소재 비용 [출처:KTB투자증권]

2016년 5월 테슬라가 모델3의 양산을 2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후 1년동안 코발트 가격은 137%, 리튬가격은 62% 상승했다. 물론 이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소재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와 같은 선상에 있으며 테슬라에게 배터리 소재 조달 경쟁심화는 단순히 소재 가격 부담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소재 공급 지연 및 가격 인상은 모델3의 생산차질 혹은 판매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의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지속된 적자는 주가에 부담이며 적자 누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반복되는 생산 지연이다. 따라서 배터리 소재 조달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테슬라는 빠르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올해 인도 시작 예정인 모델3는 8월중 하루 3대꼴로 모두 100대가 만들어지고 9월에는 1500대, 이후 연말까지 월평균 2만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테슬라는 전기차 패러다임 경쟁에서 승기를 잡게 된다. 그만큼 테슬라의 입장에서 모델3의 성공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2분기 전기차 생산량은 1분기 대비 3000대 가량 줄어든 것을 알려졌다”며 “6월초까지 생산량은 수요 대비 평균 40% 정도 낮았는데 이는 새로운 생산라인에서 신규 기술을 통해 제작되는 100kWh 배터리팩이 공급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는 에너지 생산, 유통, 저장, 소비의 수직계열화 기업으로 결국 모델3 성공여부는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테슬라는 유상증자와 선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11억5000만달러의 자금조달 계획을 밝혔다. 이는 당시 시장이 테슬라의 모델3 양산을 위해 20~25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정한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15억달러 조달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테슬라는 모델3 양산에 집중할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테슬라가 정크본드 금리 수준의 회사채(5%)를 발행하니 ‘테슬라가 정크본드를 발행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정크본드 수준’이라는 표현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테슬라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11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하는 것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테슬라에 긍정적이겠나”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크본드 발행’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엄청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며 이 때문에 전기차 시대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반드시 선점해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모델3 양산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면 ‘5%대의 채권’은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이다. 또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고평가 논란 때문에 오히려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시장지배력을 높인다면 배터리 소재 조달 경쟁심화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모든 우려를 씻어내기 충분하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마지막 주사위’를 던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