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근로자 3만1000명, 평균연봉 9300만원. 노조 동의없이 가동률과 상관없이 생산라인 전환배치 불가. 경영악화 아랑곳하지 않는 노조. 상위 노동조합인 금속연맹, 그 위에 한국노총마저 좌지우지하는 노조. 노동계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현대차 노조 얘기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인상을 사측에 요구하며 휴가 직후 파업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8일 여름휴가를 끝내자마자 부분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기아차 또한 파업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기아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사 노조가 파업을 결정할 경우 지난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단연 현대·기아차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물론 현대·기아차 투자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10일과 14일 1조와 2조 근무자가 2시간씩, 각 4시간 부분파업키로 했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어려운 상황과 ‘귀족 노조’ 등의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해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임단협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65.93%로 지난해 76.54% 대비 크게 낮아졌음은 물론 10년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은 3분기 파업을 진행했다. 작년 3분기 현대차 국내공장의 가동률은 전년동기대비 28.4%포인트 낮은 73.7%를 기록, 같은 기간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26.1% 감소했다.

KB증권은 현대차가 2016년 파업을 겪으면서 받은 영업이익의 1차적인 피해는 1조3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 국내시장에서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량은 전년대비 9.6% 줄었으며 내수판매량 또한 7.8% 감소했다. 아울러 완성차 수출대수도 같은 기간 12.5% 감소했다. 이에 ‘잃어버린 매출액’은 총 4조6000억원, 전체 완성차 판매량이 10.7% 줄면서 절감된 변동비는 3조4000억원으로 합산 기준 1조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6년 파업으로 입은 손실 중 1604억원을 ASP(평균판매단가) 통해 만회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6년 현대차의 별도 기준 대당 변동비는 전년대비 6.2% 상승했으며 금액으로 환산시 2조원의 비용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러한 비용을 ASP에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현대차 별도 기준 내수 ASP는 8.5%(매출 1조6000억원), 수출 ASP는 1.9%(매출 5000억원) 상승했다. 즉, ASP상승으로 2조1000억원의 매출이 증가했고 이중 2조원이 비용으로 반영돼 피해의 일부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입은 실질적 피해는 일차적 피해 1조3000억원에서 1604억원을 만회한 1조1000억원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파업, 소비자와 투자자에 피해

회사와 노동자는 동반자이면서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노조의 파업은 회사의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노동자 측면에서 보면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차 한 직원은 “노조의 파업은 분명 회사에 피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통해 직원들의 근로환경이 보장된다는 점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려운 시기인 만큼 다소 자제를 하고 회사와 협력해 위기 극복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사드 여파로 중국에서는 물론 미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 부진도 이어지면서 해외매출은 전년대비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투자를 멈출 수도 없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은 회사와 노동자 간의 문제인 만큼 ‘집안싸움’”이라며 “자식들이 부모에게 용돈을 올려달라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집안싸움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주주들 아니겠나”며 반문했다.

현대차의 최대·주요주주, 자사주를 제외한 소액주주 비중은 50%가 넘는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 파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6조30000억원으로 이는 전년대비 유사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2012년 27만원대의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 곧 내림세다. 그만큼 실적이 뒤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부진 여파도 있지만 노조파업에 따른 피해도 분명 존재한다.

또,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이를 승인하면 결국 추가적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한편, ASP상승이 노조파업에 따른 만회책이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서만 ASP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은 현대차가 탄탄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대차의 지배력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대차 노조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현대차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차 브랜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다.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노조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 내에서도 규모가 큰 만큼 그 힘도 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노조는 ‘괴물’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 실적 악화로 인해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