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고밥점 내부 모습.
▲ 이마트 고밥점 내부 모습.

우리나라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유통 환경의 변화로 다양한 채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소득이 늘면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편의점이나 미니마트를 이용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유통 기업들이 베트남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9500만명의 거대한 시장에다 연평균 6%가 넘는 고속 성장을 하는 베트남은 레드오션으로 변한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유통업계에게는 엘도라도(황금도시), 블루오션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베트남에도 이미 많은 유통업체들이 진출해 격전을 치르고 있는 만큼 베트남이 우리 유통업체들에게 엘도라도, 블루오션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가자 베트남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에는 글로벌 마트와 편의점 등이 생겨나면서 이미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해외 브랜드는 물론 한인마트인 K마트 역시 현지에서 터줏대감 격으로 자리 잡고 현재 1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대형마트,  한인마트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편의점이 격전을 치르고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베트남 최초 편의점은 싱가포르 편의점인 샵&로고(Shop&Go)로 2005년 12월 호치민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200여개의 점포를 확장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항마로 캐나다 편의점인 서클K(Circle K)가 비슷한 수준의 매장을 운영, 선두를 위협하면서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서 훼미리마트, 빈스마트가 100개 이상 점포를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6월 첫 매장을 열었으며 올해 말까지 베트남에 20여개의 오픈할 예정이고, 3년 내에 1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유통 대기업인 빈그룹의 빈마트플러스(Vinmart+)는 로컬 브랜드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00개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올해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거리에서는 서클K 편의점을, 아파트 단지에서는 빈마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핵심생산 인구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도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2016년 기준 베트남의 인구는 약 9500만명(CIA 월드팩트북)을 넘어섰다. 인구 순위로는 세계 15위다.   이중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지속 증가해 소비계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핵심생산 인구인 35세 미만 비중이 60%가 넘어 내수시장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성장률도 높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6.3%를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내년과 내후년의 성장률도 6.4%를 제시해 연평균 6%대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AT커니 "베트남, 유망 소매시장" 평가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AT커니(Kearney)는 지난해 6월에 발표한 ‘2016년 세계 30대 유망 소매시장’ 순위에서 베트남을 11위에 올렸다.  최근 베트남 경제가 보여준 높은 성장세와 이 시장 참여자가 아직까지 많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유통 채널 시장도 변했다. 약 10년 전 독립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채널이 대부분이었던 베트남 시장이 현재는 자국 대기업 또는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유통기업 직영 매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최근 미니마트와 편의점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 두 유통채널에 대한 베트남 국내외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 회사인 씨미고(Cimigo)에 따르면, 2005년 135개에 불과한 베트남 내 셀프서비스 스토어 수는 2015년 말 약 1800개로 늘어났다.   10년 동안 약 13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 중 대형 슈퍼마켓은 2005년 47개에서 2015년 975개로 약 21배 증가했다.

▲ 출처: 코트라

베트남 소매유통시장에서 독보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채널은 미니마트와 24시 편의점이다.  미니마트와 편의점은 전통시장 및 재래식 영세 점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현대적 유통채널로 평가되고 있다. 주로 적은 양을 자주 구입하는 현지 소비자의 소비패턴과 외식을 즐기는 식습관 문화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베트남 내 미니마트와 편의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현대적 소형 유통망 수가 2012년 대비 2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편의점 사업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 최초 등장한 24시 편의점은 샵앤고인데, 2005년 12월 호치민시에 1호점 매장을 열었다. 이후 써클 K, 일본  훼미리마트 등의 해외자본 편의점이 호치민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토종 편의점 브랜드인 GS25가 연내 1호점을 낸다는 계획이다.

대한무역투자공사 하노이무역관의 신선영 무역관은 “최근 베트남 내 소매유통 시장경쟁 가열과 함께 이들 편의점 업체들의 신규 매장 출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매장 입점 지역도 호치민 시내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과 수도 하노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주요 고객은 10~20대 젊은 고객층으로 이들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 저렴하고 맛 좋은 간편식과 음료, 친절한 직원 서비스, 쾌적한 휴식 공간 등에 큰 만족도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출처: 코트라

 

롯데, 이마트, CJ,GS 모두 진출

우리나라 유통업계도 속속 베트남에 상륙하고 있다. 베트남에 깃발을 가장 먼저 세운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베트남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등의 계열사가 현지에서 영업 중이다.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 진출의 포문을 연 곳도 롯데마트다. 2008년 호치민에 문을 연 롯데마트는 현재 13개의 매장을 운영중인데 꽤 쏠쏠한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13.5% 증가한 720억원 매출을 올렸다. 롯데마트의 베트남 매출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148% 증가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롯데마트에게  베트남은 더욱 중요도가 높은 아시아 진출 국가가 됐다.

이에 롯데는 베트남 호치민시 호치민 산업대 캠퍼스 안에 ‘롯데-코이카 서비스 교육센터(LOTTE-KOICA Service Training Center)’를 열고 롯데만의 유통·서비스 비법을 전해주는 등 베트남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2015년 12월 호치민시에 고밥점을 내면서 베트남에 처음 발을 들여놨다. 고밥점은 지난해 기준 4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1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8% 성장한 수치다. 이마트 역시 중국에 진출했다가 매출 부진으로 사실상 전면 철수하고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럈다.    베트남 진출로 당시 목표 대비 120% 초과 달성을 했다면서 현재는 2호점을 오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도 베트남 현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012년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베트남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해 현재 10곳을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에는 베트남에 물류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 곳은 신선식품을 저온상태로 보관·유통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에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 내 단체 급식과 현지 내수유통 사업을 확장해 올해 매출을 7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490억원이다.

우리나라 토종 편의점 업체 GS25도 지난달  베트남 손킴그룹과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GS리테일과 손킴그룹은 3대7 비율로 지분을 투자했다. GS리테일은 향후 합작회사로부터 받는 로열티와 지분 30%에 해당하는 배당 수입을 통해 연간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베트남은 35세 이하 인구 구성비가 57%로 젊은층이 많아 편의점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 출처: 코트라

음식·음료 등 식품 소비 낙관 전망

글로벌 브랜드와 베트남 현지 브랜드, 한국 유통업체들이 격전을 치러야 하고 앞으로도 치를 베트남은 과연 우리 유통업체들에게 엘도라도가 될 수 있을까?

급속한 소득 증가와  도시화로  베트남 내 식품소매업은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다. 베트남 식품 소매유통사업 부문이 전체 소매유통사업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이런 성장 기조가 앞으로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현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게다가  베트남에서 한국 제품과 식품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높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대형 유통마트에 한정돼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신선영 무역관은 “베트남은 소매유통산업에서 재래시장, 영세상점 등 전통적 유통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75%로 여전히 크다”면서  “미니마트와 편의점 등의 현대적 소형 유통망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형 유통망과 영세상인들은 제품과 마케팅 정보가 적은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 등의 문제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포스트 차이나 찾기에 주력해 왔다”면서 “그 중에서 유통 사업을 하기에 성장 가능성이 많은 곳으로 베트남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먹거리를 중심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