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 벤츠 F 015 럭셔리 인 모션 외관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우리는 ‘컨셉트 카’라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자동차 회사들이 모터쇼에서 몇 달 마다 한번씩 선보이는 자동차 사치품 같은 것 말이다. 대개는 실제로는 나올 것 같지 않은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F 015 럭셔리도 바로 그런 차다.

이름도 기억하기 쉬운 이 이상하게 생긴 자동차는 파란만장한 이력 때문에 회사는 이 차를 컨셉트 카라고 부르지 않고, 연구 프로젝트라고 부른다(F는 ‘연구 중인 자동차’임을 나타내는 독일식 접두어다).

F 015는 2년 전 라스베가스의 세계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첨단 자동차 기술들이 모두 결집된 이 자동차는 이론적으로는 순수 전기와 수소 연료 전지만으로 시속 900km를 달릴 수 있다.

다른 많은 자동차들이, 문자 그대로,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도 당연히 그렇게 주장했다. 다만, 이 자동차는 자동차가 우리를 태우고 다닐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핸들을 대시보드 안쪽으로 밀면 더 넓은 라운지 공간이 생기고, 시트도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하기 편하도록 조절하게 되어 있다. 얘기 거리가 다 떨어지면, 여러 개의 스크린이 나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스크린 하나는 뒷면에서, 그리고 양 쪽 문에 하나씩 있어 여러 가지 미디어와 만날 풍부한 기회를 선사해 준다.

F 015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기전에 그 이후 몇 차례의 행사에도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F 015는 라스베가스에서 첫 선을 보인 뒤에도 계속 운행을 했다.

CNN기자가 영국의 메르세데스 공장에서 이 차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을 때, 이 회사의 엔지니어인 토마스 제이거는 F 015가 약 한 분기 동안 적어도 100만 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보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미 몇 만 마일의 주행 거리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율 주행 차량에 대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율 주행 차량을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제 운전 중 앞을 바라봐야 하는 대신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이거는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차가 달리는 동안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는 지에 가장 관심을 보였고, 이 시간을 이용해 밀린 일들을 정리하거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하는 일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들의 대답들을 들어보면, 그들이 자율 주행 자동차가 그들에게 주게 될 여분의 시간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메르세데스 벤츠 F 015 럭셔리 인 모션 실내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F 015에 타 보면, 우리가 앞으로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알 수 있다.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면, 머리를 숙여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넉넉한 공간을 통해 편안하게 차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미래형 시트는 특별히 편안해 보이지는 않지만, 메르세데스 특유의 안락 의자가 나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견본 제품들이 다 그렇듯이, F 015도 움직이면서 약간의 삐걱 소리와 떨림과 함께 무겁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몸체가 탄소 섬유로 되어 있지만, 고객 맞춤형 엔지니어링과 기술이 탑재되다 보니 대형 SUV차량보다 무거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량이 주행하지 않을 때에는, 후드 밑에 있는 컴퓨터 팬 돌아가는 ‘쉭’ 소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전부다. 모두 14개의 처리 장치가 탑재돼 있지만, 자동차 자동 운전과 관련된 기기는 4개뿐이고, 나머지는 10대의 맥북 프로(MacBook Pros)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운영과 스크린에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차의 부품들은 첫 선을 보인 이후 2년 반이 지난 것들이다. 문에 달린 32인치 터치 스크린은최신의 첨단 하이테크 산물인 따끈따끈한 OLED에 비하면 선명도가 떨어진다. 대시 보드를 감싸고 있는 리어 프로젝션 게시판도 햇빛을 받을 때는 그렇게 투명하지 않다.

"이 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곡면 디스플레이가 없었습니다. 요즘에는 그걸 만들 수 있는 업체가 한 두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링팀은 다음 번에는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에 대한 아이디어 목록을 길게 남기면서 이 차를 만들었다고 제이거는 말했다. 물론 그들이 남긴 긴 목록은 다음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미 반영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든, 그것은 천재적인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의 기술적 노하우에 의해 한 걸음씩 더 나아갈 것이다. 또한, 지금의 F 015를 경험한 많은 일반 대중들의 피드백도 기술 진보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