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절차가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마무리됐다.  

특검이 기소한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범죄사실은 뇌물죄다. 뇌물죄는 대가성을 목적으로 청탁과 함께 뇌물을 주었을 때 성립한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 범죄사실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개입해 줄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미르재단과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부터 이틀에 걸쳐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신문한 내용도 이같은 청탁과 대가성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쟁점 1. 경영권 승계 지원 요청있었나?

특검은 일련의 사실관계 입증을 위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독대하는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냐고 추궁했으나 이 부회장은 "대통령에 무슨 부탁을 하겠다고 생각한 적 자체가 없다"며 일관되게 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 대해 주주인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져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도록 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11.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국민연금의 찬성 없이는 양사간 합병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검은 국민연금 찬성 배경을 놓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혐의를 찾아 두명 모두 각각 뇌물 수뢰와 공여죄로 구속 기소 했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재판정에서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일 열린 첫 신문에서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일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자신은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이었고, 한 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두 회사의 합병은 사업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두 법인 간의 자체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합병을 주도한 미래전략실에 대해 직접적인 업무개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합병절차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 진술에서 "아직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 승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쟁점2. 정유라 지원 대가성 인가

스포츠 재단에 기부한 것과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대가성이 아니냐는질문에도 이 부회장은 돈을 건넨 것은 사실이나 승마지원이 실무선에서 유망주 지원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 부회장은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독일 코어스포츠에 승마사업 지원과 관련해 용역계약으로 체결하고 2016년 7월까지 78억원을 송금했다.

이 부회장은 2일 신문에서 "대통령이 정유라 지원을 요구한 적도 없고 저도 승낙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만 해도 최순실이나 정유라에 대해선 누군지도 몰랐으며 당시 언급된 적도 없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 측은 정유라의 지원은 대가성 있는 지원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지원'이었다고 맞섰다.

특검, 무엇을 얻었나

특검의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해 '모른다', '아니다'라고 일관한 이 부회장의 진술이 앞으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피고인 신문이 종결된 만큼 양측은 쟁점을 모아 ‘공방기일’을 열고 범죄사실과 변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박영수 특검이 이틀동안 이어진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에서 결정적인 진술증거를 받아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25일에 만났지만,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는 이보다 8일 전인 7월 17일에 열렸던 것도 이 부회장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청탁을 입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뇌물을 주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대통령 독대 훨씬 전에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특검이 확보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등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핵심 참모들이 특검에서 한 진술을 재판정에서 번복하면서 특검에서의 진술에도 흠결이 여럿 발생했다.   

이런 시점에 이 부회장의 진술을 반박할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이 특검이 이 부회장의 청탁사실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반대의견도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떨어진 것은 영장청구서에 분명 핵심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떨어졌을 때는 영장청구서에 범죄를 입증할 만한 중요 증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특검이 앞으로 공방 기일을 감안해 핵심증거를 비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재판부는 7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공판을 마무리하고 선고기일을 정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만기일은 2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