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톱5에 오랜만에 샤오미가 이름을 올렸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와 비보, 오포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며 다시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상승세가 말 그대로 반짝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나아가 샤오미의 비전을 이해하려면 스마트폰을 넘어 사물인터넷 전반의 생태계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재차 고개를 들고있다.

▲ 중앙이 레이 쥔 CEO. 출처=샤오미

톱5에 이름 올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일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발표하며 샤오미가 6.4%의 점유율로 5위에 랭크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 4.3%에서 2.1%p 올랐다.

1위는 삼성전자다. 22.1%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동기 대비 0.6%p가 하락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단종에 의한 여파를 이겨내고 올해 상반기 갤럭시S8이 고무적인 판매고를 올렸으나 출하량은 늘어도 점유율이 내려가는 기현상을 경험하는 중이다. 나름의 반등에 성공했으나 경쟁자들의 선전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린다 수이 SA 연구원은 "샤오미가 올해 2분기 크게 성장했다"며 "홍미4A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11.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이 이어지며 점유율이 크게 반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 뒤를 10.7%의 화웨이가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오포는 8.2%의 점유율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이 던지는 화두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삼성전자의 불안한 1위다. 아직 후발주자와 격차가 상당하지만 점유율 자체가 조금씩 내려가는 지점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애플의 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중요한 화두다. 애플은 자체 회계연도 기준 3분기 410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으며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을 55%까지 낮추는 것에 성공했으나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뼈 아프다.

마지막으로 집중해야 할 대목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다. 화웨이와 비보, 오포의 약진이야 수년전 부터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샤오미가 반등에 성공해 5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새롭다는 평가다. 지난해 샤오미는 1억대 출하를 목표로 세웠으나 7000만대 판매에 그쳤고,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서서히 점유율이 내려가던 중이었다. 샤오미의 글로벌 전략을 책임지던 휴고 바라 전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돌아갔다.

올해 2분기 샤오미 성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는 쪽은 샤오미의 기본적인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 1분기 당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위는 삼성전자였다. 그 뒤를 화웨이와 레노버, 쿨패드와 ZTE가 추격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4년 2분기 샤오미가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단숨에 시장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1위 삼성전자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샤오미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를 꿰차며 저력을 발휘했고 신흥강자인 비보와 오포가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은 특허 리스크와 중저가 라인업의 한계, 그리고 비보와 오포의 점유율 흡수가 최대 변수라고 본다. 하지만 샤오미는 글로벌 기업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속속 체결하며 관련 리스크를 일정부분 해소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의 특허 1500개를 통째로 사들였으며 올해에는 노키아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물론 아직도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최소한 샤오미가 특허 리스크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저가 라인업의 한계가 샤오미의 약점이라는 지적도 타당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샤오미는 미(MI) 시리즈를 연속으로 런칭하며 '고스펙-중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G전자가 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고 출시한 LG Q6의 모바일AP는 스냅드래곤 435며, 이는 샤오미의 10만원대 저가폰 홍미4X에 동일하게 들어가는 부품이다.

지난 4월에는 미6를 공개하며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하기도 했다. 가격은 40만원대에 불과하지만 LG G6에 스냅드래곤 821이 탑재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가성비다. 물론 기타 다른 폼팩터 스펙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최소한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저렴해도 스펙이 낮은 편'은 아니다. 지난 2월 샤오미는 코드네임 파인콘(Finecone)으로 알려졌던 자사의 모바일 AP인 Surge S1을 공개하는 등 일종의 수직계열화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비보와 오포가 점유율을 끌어갔다는 주장도 반론이 가능하다. 사실 샤오미가 중저가 라인업을 대거 런칭하며 프리미엄에서 비껴난 중저가 수요를 확보했다고 하지만, 수익과 생태계 전략 측면에서 샤오미가 단말기 자체에서 뽑아낼 수 있는 ‘생산성’은 애초에 한정된 상태였다. 이는 비보와 오포가 샤오미의 수요를 흡수했다는 전제도 성립되지 못하게 만든다.

비보와 오포는 샤오미와 달리 대대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및 판로 개척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며, 가성비를 겨냥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 특화된 프리미엄 타겟팅 전략을 추구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저가-대중적 가성비를 원하는 온라인 중심의 수요’가 샤오미의 타겟층이었으며, 해당 타겟층은 현재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소진됐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 미맥스2. 출처=샤오미

만물상 전략 보여줄까
중국의 IT컬럼니스트 허옌이 저술한 <샤오미 인사이트>에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2011년 8월 16일 샤오미가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하던 날, 샤오미의 팬(미펀)을 자처하는 이들이 발표회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물론 레이 쥔 샤오미 CEO는 중국 IT업계의 거물이었으나 그의 인기만으로 이렇게 많은 미펀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했다. 현장의 기자들이 스태프에게 물었다고 한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는가?”이 질문의 배경에는 미펀의 자발적 결집을 의심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스태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데려온 것이 아니다. 알아서 온 사람들이다"

레이 쥔 CEO는 샤오미 창업을 준비하며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제일 집중했다. 스마트폰은 이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레이 쥔 CEO는 첫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공식석상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이익을 내지 않으며, 스마트폰 기업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애플의 카피캣이라는 오명과 자발적 미펀의 생태계 강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향했다는 뜻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샤오미의 하드웨어, 특히 스마트폰 시장 성적만 두고 비판하고 있으나 최소한 이는 샤오미의 청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홍원균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샤오미에게 미펀과 함께하는 SNS는 강력한 소통의 채널"이라며 "나아가 샤오미 비즈니스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자전거부터 스마트 운동화, 공기청정기, 심지어 어댑터까지 제작하는 샤오미의 전략을 새롭게 봐야하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샤오미는 44달러에 불과한 인공지능 스피커, '미 AI'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 샤오미 스마트 신발. 출처=샤오미

결국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하드웨어 점유율을 늘려 몸집을 불리고, 인도 등 글로벌 전략에 나서며 최대한 시간을 번다. 동시에 사물인터넷 전략을 미유아이로 담아내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방대한 데이터와 연결하는 방식을 노리고 있다. 샤오미 만물상 전략의 핵심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샤오미 수익의 핵심은 스마트폰이 아닌 사물인터넷 연관 산업"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샤오미처럼 전략의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샤오미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시도하려면 최소한 스마트폰이 아닌, 사물인터넷 생태계 전반의 행보를 보고 논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