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부자증세가 포함된 세제개편안에 대해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의 김선택 회장은 ‘부자증세 때 고려해야 할 7가지’라는 글을 통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날 법인세 과세표준 2000억초과 법인의 법인세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소득세 과세표준 5억초과 세율을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 회장은 첫째 법인세 증세 예정액보다 담뱃세 증세액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과세표준 2000억초과 법인의 법인세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면 정부발표 증세액은 2조6000억인데 담뱃세 인상 증세액은 매년 4조5000억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3년간(2019~2021) 법인세증세액 8조는 담뱃세증세액 22조원의 36%에 불과하다고 김회장은 비판했다.

둘째, 부자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누구인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즉 지하경제 비율이 높아 소득파악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6위로 미국의 3배 수준이고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인 26%라고 그는 주장했다.

지하경제비중이란 소득이 발생하지만 국세청에서 소득파악을 못하고 있는 소득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는 ‘부자’ 4명중 1명은 국세청이 누구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는데 세금을 걷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핀셋증세를 당하는 부자 세 사람은 “나무 뒤에 숨은 저 사람에게는 과세하지 않고 왜 나에게만 세금 내라고 하느냐”라면 억울해 한다고 역설했다.

셋째, 부자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어서 부자증세가 달콤한 말이긴 해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부자들은 높은 자문료를 주고 전직 국세청장 등을 고용하고 이들은 법의 흠결을 이용해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준다. 전직 대법관· 검사들도 소송단계에서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세청과 재벌이 싸우면 대부분 재벌이 이기는 이유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는 뒷북치면서 법을 개정한다”면서 “근로자는 근로소득세 납부액을 조절할 수 없지만 법인은 투자시기, 해외법인의 이전가격조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법인세 납부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한계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세수가 감소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계소득세율이란 소득이 1원 증가할 때 얼마의 소득세수가 증가하는지를 알려주는 개념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 5억원 초과액에 대해 40%에서 42%로 올리면 이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금은 소득세 42%, 지방소득세 4.2%, 건강보험료 3.06%, 고용보험료 0.65% 총 49.91%가 된다. 열심히 일해 1000만원의 추가 소득을 올리면 국가가 49.91%가지고 나의 몫은 50.09%이라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는 스웨덴의 예를 들어 한계세율을 더 높이면 고소득자들이 이민이나 일을 포기하고 조세회피 등으로 세수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정부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 높은 세율은 조세회피 행위를 더욱 증대시킨다.

김 회장은 또 우리나라는 남이 세금을 내어 주기를 원하다는 점을 들었다. 부자증세에 대해 일반국민의 85%가 찬성하고, 담뱃세 인상에 대해 비흡연자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이 찬성한다고 답한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 증세에 대해 우리가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일반 국민보다 증세를 부담하는 사람의 의사나 행동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최고 세율에 걸리는 한국 부자인 근로자나 사업자라면 어떻게 대처 할까’라고 반문하면서 “소득을 현금으로 받아 탈세하는 현상은 증세 당하는 납세자를 설득하는 절차 없이 세금이 일방으로 부과될 때 우리사회가 부담하는 초과비용의 한 예”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금을 내는 사람과 실제 부담하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세금의 전가 가능성이다. 즉 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리면 대주주가 세금을 다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제품 가격에 전가하거나 주주, 노동자, 하청업체 등이 부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힘 없는 대기업 하청업체가 부담해 임금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면서 “독일의 연구(미히르 데사이등 공동연구)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액의 45%에서 최대 75%를 노동자들이 부담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법인세 인상은 법인의 세후 이익을 감소시켜 노동자의 임금협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최악의 경우 세후 투자수익율이 높은 국가로 자본가들이 공장을 옮겨 버린다면 국내에 남은 일자리를 두고 노동자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각국이 부자를 서로 유치하기 위해 조세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부자 증세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스웨덴, 캐나다, 호주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고 스웨덴은 2007년에 재산세까지 폐지했다”면서 “세계화는 세금을 더 적게 내려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 ‘부자증세 논의때 고려해야 하는 7가지 사실’은 단순히 부자증세를 반대하는 글이 아니다”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의 세금에 대한 지적능력도 향상돼야 한다는 평소 생각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